지난 17일, 우리 영해(領海)를 통과하는 북한 선박을 정부는 아무런 제재 없이 보고만 있었다. 지난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 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 우리 정부가 8일 독자 해운 제재를 발표한 것도 무색하게 됐다. 정부는 이 선박이 몽골 국적이고 무해통항권(無害通航權)을 이유로 제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은, 대북 제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다. 유엔 제재 결의에 따르면 북한 선박이 금지 품목을 싣고 있다는 의심이 들 때 정선 및 검색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런 무대응은 정부의 5·24 조치에도 배치된다.
우리 스스로 제재 조치를 위반한다면 주변 강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어떻게 구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전략적인 선택을 말할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할 수도 있다는 안이한 입장이 아니라면 단호한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계속 북한 선박의 우리 영해 통과를 바라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유엔 결의와 대북 독자제재 강화 방침에 부합하게 조치를 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대북 제재 결의의 성패는 주변 강국의 철저한 이행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해 왔다. 특히, 중국에 대해 대북 제재 동참을 압박해 왔다. 미국은 16일 사상 처음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기관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담긴 독자적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전격 발동했다.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가 실효성이 있음을 보여주듯, 해상에서 사라졌던 북한 선박들이 항구에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이 강화되고 입항이 거부되면서 상당수의 북한 선박이 북한으로 복귀했을 것이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발하고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이 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지난주 미국 국제정치학회에서 만난 저명 학자는 유엔 결의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예상을 했다. 심지어 주변 강국이 결국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인정 쪽으로 태도를 바꿀 것이라는 말과 함께 핵보유국 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견해를 밝혔다. 그 말의 적부를 따지기에 앞서 상당수의 미국 전문가가 북한을 다룰 제재 조치에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동북아에서 일본으로부터 중국으로의 세력 전이가 끝났고, 이미 한반도 남북한 간 역학 구도도 한국의 승리로 끝났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을 못할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또한,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동맹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폈다.
여기서 우리가 우려할 점은, 그들의 낙관론에는 한반도 통일과 아시아로부터 미국의 철회는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틈엔가 우리는 안보 불감증에 사로잡혀 있다. 물론 지나친 안보 민감증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명운을 막연히 주변 강국에 맡겨서 되겠는가.
북한 선박의 우리 영해 통항 차단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관련, 우리의 의지와 역량을 보여주는 주요 바로미터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나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고 국제사회가 우리의 통일을 지지해 통일 한국을 이루는 시나리오를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통일의 주체가 객체의 행동을 하는 한 통일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될 것이다. 통일은 작은 실천이 모여서 가능함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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