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이겼대. 미래를 뺏기기 전에 전원을 뽑아야 하나?” 알파고가 모르는 신의 한 수가 궁금하다. 설치미술가 양정욱(1982년생)의 ‘너와 나의 마음은 누군가의 생각’. 그의 작품은 나무를 얼기설기 엮어서 사이사이 여백을 만든다. 전구를 달아서 나무 그림자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사람 사이 빛과 어둠이 움직인다. 상상해본다. 한 사람이 “잘한다”고 말했다. “잘한다”였을까, “참 자알∼한다”였을까? 우리 소통은 미완이다. 알파고라면 데이터 입력만으로 완결될 텐데. 사람 사이, 그곳이 바로 신의 한 수가 놓인 자리다. 사람 사이는 감각기능이 단속하고 생기는 자유의 여백이다. 거기에서 불안, 의심도 자라지만, 믿음과 사랑도 솟는다. 트로이전쟁의 집단을 구한 건, 정작 독 때문에 버림받았던 필로크테테스와 신궁이었다. 미래 가치는 위험제거 계산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 절망을 체험한 후 내놓는 고통과 사랑, 진화의 지혜에서 나온다. 오늘 당신이 두는 한 수, 여백의 소식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