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살림’을 차리고 부인에게 혼외자식을 챙겨 달라고 요구한 남편에게 이혼을 허용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58) 씨가 B(여·54) 씨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A 씨는 1987년 B 씨와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A 씨는 2001년쯤부터 다른 여자를 만나기 시작해 혼외자녀까지 낳았다. 외도는 오래가지 않아 B 씨에게 들통 났고, A 씨는 ‘모든 재산권과 양육권을 포기하고 다시는 어떤 여자와도 업무 외적 만남이나 통화를 하지 않는다’는 각서도 썼다.

하지만 2012년 B 씨는 남편이 여전히 내연녀와 연락하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인의 추궁에 A 씨는 내연녀와 이메일만 주고받았을 뿐 만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말이 나온 김에 B 씨가 대신 혼외자녀에게 선물 등을 챙겨주면 안 되겠느냐고도 했다.

그런 일이 있은 직후 두 사람은 별거를 시작했다. B 씨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자신 명의로 된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부인이 땅을 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A 씨는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부부의 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 나지는 않았다고 보고 이혼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A 씨가 과거 부정행위 상대방과 다시 만나 동거하는 것으로 보이고 파탄의 주된 책임은 A 씨에게 있다”며 “부인이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이혼청구를 기각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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