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인권단체 ‘정치범 47명 명단’ 공개

라울 카스트로 발언 반박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인권 문제 개선 요구에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 평의회 의장이 “정치범은 없다”고 반박한 가운데, 인권단체들이 잇달아 정치범 명단을 공개하며 쿠바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미 NBC 방송 CBS 뉴스 등에 따르면 카스트로 의장이 21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쿠바에 정치범은 없다, 만약 명단을 준다면 오늘 밤에 석방하겠다”고 밝히자, ‘쿠바계미국인재단(CANF)’은 쿠바에 수감 된 47명의 정치범 명단을 공개했다. CANF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정치범들이 오늘 저녁 안에 석방되기를 기대한다”며 카스트로 의장을 비판했다. 앞서 지난 19일 ‘쿠바공산주의희생자기념재단’도 자신들의 블로그에 51명의 정치범 명단을 공개하며 쿠바 정권의 조속한 사면을 요구한 바 있다. 재단은 자신들이 파악한 정치범은 200명이 넘는다며 이들 중 일부는 20년이 넘게 감옥에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국제 앰네스티도 홈페이지를 통해 “쿠바 정부가 올해 1월에만 시위대와 활동가 1400명을 구금했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 사이의 만남이 사진 촬영 이상의 의미를 남겨야 한다”고 지적, 미국 정부의 쿠바 인권 문제 개입 확대를 촉구했다.

쿠바 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직전에 180명의 반정부 인사들을 연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정부 단체인 ‘쿠바 인권과 국가화해 위원회(CHRNRC)’의 엘리사르도 산체스 대표는 dpa통신에 “오바마 대통령이 도착하기 직전에 연행된 이들이 180명 정도로 추산되며 이들은 심야가 돼서야 풀려났고, 일부는 심하게 구타당해 피를 흘렸다”고 밝혔다. 전 정치범 부인들의 모임인 ‘레이디스 인 화이트(Ladies in White)’도 “연행된 이들 중 50여 명은 우리 회원들”이라고 밝혔다. 쿠바 정부를 상대로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개혁운동을 벌이고 있는 ‘레이디스 인 화이트’는 작년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쿠바 방문 당시에도 정부에 체포된 바 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