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주년 맞은 ‘펭귄 클래식’ 한국작품 첫 출간

동서양 고전·산문 수백권 펴내
강민수 미주리대교수 번역 바탕
WP “경이롭고 대단한 모험” 서평
NPR “현대 한국인에 의미 특별”
‘구운몽’ ‘궁중비사’ 차기작 추천


“한국판 로빈 후드. 슈퍼맨이나 개츠비가 미국인의 국민적 자아를 엿보게 하는 영웅 캐릭터라면 한국에서는 홍길동이 그렇다.”

‘홍길동전’에 대한 미국 공영방송 NPR의 평가다. 한국의 고전 ‘홍길동전’이 세계의 고전이 됐다. ‘홍길동전’(The Story of Hong Gildong)이 지난 15일 미국 현지에서 펭귄 클래식(펭귄 세계 명작 시리즈)으로 나왔다.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펭귄 클래식은 대중적인 전 세계 고전 시리즈의 대명사로 1946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를 시작으로 단테의 신곡, 고대 로마 전기작가 수에토니우스의 ‘12황제 전기’ 등 서양 고전은 물론 아시아권의 유수한 시와 산문을 수백 권 출간해왔지만 한국 작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고전 시리즈의 대명사인 펭귄 클래식으로 출간됐다는 것은 세계의 고전 리스트에 들어갔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평가했다.

펭귄 클래식 ‘홍길동전’ 출간은 2013년 강민수 미주리대 역사학과 교수가 축약되거나 각색된 홍길동전이 아니라 가장 긴 필사본을 번역해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의 영문 문예지 ‘아젤리아’(AZALEA)에 실은 것이 펭귄 클래식 편집자 눈에 띄면서 성사됐다.

‘홍길동전’에 대한 현지의 반응은 호의적이고 흥미롭다. ‘워싱턴포스트’는 공식 출간되기 전인 9일 미국의 대표적 서평가이자 소설가 마이클 더다의 ‘한국판 로빈 후드’라는 비평을 게재했다.

이 서평은 “근대이전 한국의 대표작으로꼽히는 홍길동전은 한국에서 소설, 영화, TV, 만화책으로 수없이 각색·수정·업데이트된 작품”이라며 홍길동을 ‘경이롭고, 대담한 모험가’로 소개했다. 이 서평은 홍 판서의 첩이 자객을 보내 길동을 죽이려 하면서 벌어지는 장면을 영화 ‘와호장룡’의 무협에 비유하기도 했다. 더다는 번역가인 강 교수의 말을 빌려 “반쯤은 동화적이고, 반쯤은 사회 저항적 소설인 ‘홍길동전’은 현대 한국인에게 심오한 울림을 전한다. 존경받지 못하고, 존중받지도 못하는 저평가된 리더이자 지도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하는 서자라는 주제가 현대의 한국 그 자체의 이야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NPR도 14일 강 교수와의 인터뷰를 방송하며 슈퍼맨, 개츠비가 미국인의 국민적 자아를 엿보게 하는 영웅 캐릭터라면 한국에서는 홍길동이 그렇다고 전했다. 방송은 홍길동을 비범한 능력과 명석한 두뇌를 지닌 인물로 서자라는 운명때문에 관직으로 나아갈 길이 가로 막히자 스스로의 방식으로 대의를 실천하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주인공으로 소개했다. NPR는 “비극적 사건으로 점철된 유대인들의 역사에서 전설 속 주인공인 골렘이 차지하는 의미가 그러하듯, 홍길동이 현대 한국인들에게서 차지하는 의미가 특별하다”며 “잇따른 비극적인 현대사로 우울감에 빠져 있는 한국인들에게 홍길동은 항상 그리운 영웅적 존재”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에 영미권에 처음 소개된 한국의 대표적인 영웅 소설 ‘홍길동전’이 영국의 전설적 영웅 로빈 후드에 비견할 만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편 펭귄 측은 ‘홍길동전’에 이어 한국의 다른 고전을 출간하기 위해 북미권 한국학자들의 추천을 받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펭귄 측의 요청으로 출간지원을 한 한국문학번역원도 자체적으로 가능한 출간 리스트를 만들어 펭귄 측에 조언할 계획이다. 번역원은 지나치게 학술적이고 딱딱한 고전은 제외하고 일반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가독성에 초점을 둬 ‘구운몽’, 한국 궁중 비사 등을 추천할 예정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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