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째 시집 ‘모두 허공이야’ 낸 김종해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낸 김종해(75·사진) 시인이 11번째 시집 ‘모두 허공이야’(북레시피)를 펴냈다. ‘눈송이는 나의 각을 지운다’ 이후 3년 만이다. 1963년 등단한 시인은 삶과 죽음을 따뜻한 서정과 깊은 통찰로 보듬는 시들을 발표해 왔다. 이런 기조를 충실히 잇고 있는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소재는 ‘허공(虛空)’이다.

지난 21일 대표로 있는 서울 마포구 문학세계사에서 만난 시인은 “허공은 그저 텅 빈 공중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며 “허공은 잠시 모습을 보이는 숨어 있는 선(禪)”이라고 말했다. 표제작에서 허공은 “하르르 떨어지는 벚꽃”이 만들어내는 장면이다.

그는 이를 “봄날 하루 허공 속의 문자”라며 “서로서로 뭐라고 소리치는 마지막 안부”라고 표현했다. “떨어지는 꽃잎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허공의 갖가지 모습이 문자 같기도 하고, 춤 같기도 해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은 마지막 존재의 모습을 그렇게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었고, 그 존재의 절실함에 어떤 ‘가치’ 같은 것을 부여해 주고 싶었어요.”

시인은 삶의 유한성을 직시하지만 허무주의와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우주의 대자연 속에서 인간의 삶이란 것은 그 벚꽃이 떨어지는 순간과 비할 것 없이 짧다”면서도 “모두 존재의 의미가 있고, 생명체가 남기는 마지막 아름다움이 담긴 허공까지 사랑한다”고 말했다. 수록시 ‘매미로 우화하다’에서는 “무슨 슬픔으로 살아가더라도/ 살아 있는 날들이 그대의 낙원이다”라고 생을 긍정한다. 그는 암병동 진료실 앞에서 일흔을 넘긴 부부가 끌어안고 다독이는 모습을 “세상의 철길 벼랑 끝에 서서 남기는 숨 막히는 마지막 행위예술”(시 ‘이별을 보았다’)이라고도 했다.

동생인 고 김종철(1947∼2014) 시인을 애도하는 10여 편의 시는 시집을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이다. 형제 한국시인협회장인 둘은 문학계에서 깊은 우애로 유명했다. 시인은 동생의 암 투병 중인 모습, 장례식, 함께했던 추억 등을 담아내며 고인을 기억한다. 자신도 노년에 이른 그는 “요즘 들어 시 쓰는 일이 굉장히 힘들어졌다”며 “앞으로 시집을 한 권쯤밖에 더 쓰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힘 부친다고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작품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며 “상대방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물기’가 있는 서정시를 더 남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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