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 승단방식

2000년대 초까지 한국기원은 봄·가을에 ‘승단대회’를 진행했다. 2002년 승단대회에선 승리하면 90점, 패배 30점, 무승부 60점을 얻었다. 초단의 경우 10국 평균 75점, 24국 평균 67.5점이면 2단이 됐다. 8단에서 9단이 되려면 25국 평균 75점을 넘어야 했다. 승단대회에선 호선(덤을 부여하는 대국)을 두는 일반대회와 달리 ‘치수제’가 시행됐다. 치수제는 같은 단끼리는 덤이 6집이지만 1단 차마다 2집씩 덤을 줄여 나갔다. 고단자가 백을 잡으며, 4단 차이가 나면 백이 흑에게 오히려 2집을 덤으로 줬다. 이 때문에 고단자일수록 승단대회에서 승리하는 게 어려웠고 1년에 몇 단계를 뛰어넘는 ‘고속 승단’은 불가능했다. 조훈현 9단은 1962년 입단 후 20년 만인 1982년 한국기원 소속 기사로는 처음으로 ‘입신(入神·9단)’의 경지에 올랐다.

승단제도에 반기를 든 것은 이세돌 9단이었다. 2002년 당시 3단이었던 이세돌은 “승단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승단대회의 불합리성에 항거한 것.

‘이세돌 파동’을 겪은 한국기원은 2003년 승단대회를 폐지하고, 프로기사들이 참가하는 기전(바둑대회)에 승단 점수를 부여하기로 했다. 승단대회를 따로 치르지 않고 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 점수에 따라 승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세계대회나 국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경우엔 파격적인 승단 혜택을 받는다. 메이저급인 A그룹 세계대회(비씨카드배, LG배, 삼성화재배, 잉스배, 후지쓰배, 춘란배)에서 우승하면 3단, 준우승하면 1단이 올라간다. B그룹 세계대회인 TV바둑아시아컵 우승자는 1단이 올라가고, 준우승자는 승점 200점을 받는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1∼3위 랭킹대회에서 우승하면 2단, 준우승하면 1단이 올라가고 랭킹 4위 이하 대회에서 우승하면 1단, 준우승하면 승점 200점을 받는다.

제도가 바뀐 뒤 9단까지 올라가는 시간은 대폭 줄어들었다. 이세돌 9단은 1995년 입단한 뒤 2000년 3단이 됐고 2003년 후지쓰배와 LG배를 우승해 단숨에 6단이 올라가 9단이 됐다. 박정환 9단은 2006년 입단 후 4년 만인 2010년 9단이 됐다.

새 승단 규정으로 국내 바둑계의 고단자들이 크게 증가했다. 현재 한국기원에 등록된 프로기사 320명 중 9단은 71명으로 전체의 약 20%를 차지한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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