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공과대학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학생들이 종합설계교과목(캡스톤 디자인) 수업시간에 모형교량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실습을 하고 있다.
경희대 공과대학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학생들이 종합설계교과목(캡스톤 디자인) 수업시간에 모형교량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실습을 하고 있다.
- 경희대 ‘함께하는 대학 혁신’ 주목

혁신委 이달 출범… 본격 활동
수립한 단기 과제는 바로 시행
‘총장과 대화’ 통해 의견 수렴도

파리 기후변화 협약 대응책 등
대학의 ‘지구적 공공성’ 강조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인류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인공지능이라는 문명의 발달이 미래사회를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현대사회의 변화 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고등교육을 둘러싼 안팎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은 전 세계적 차원의 변화 앞에서 가장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제기구나 시민단체, 예술가, 일부 기업이 앞서나가는 것에 견주면 대학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류의 지속가능성, 문명사적 대전환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희대는 2009년 개교 60주년을 계기로 ‘대학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미래대학의 요건은 무엇인가’라는 것을 근본 화두로 내세웠다.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하고 같은 해 연계협력 클러스터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후마니타스칼리지를 통해 교양교육을 적극적으로 재정의하고 기초 및 융복합 분야와 세계시민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5대 연계협력 클러스터를 통해 미래지향적 학문단위를 기획해왔다.

◇총장과의 대화는 혁신의 장 = 경희대는 2014년에 개교 15주년을 기념해 1964년에 작성된 ‘경희 미래메시지’ 50주년을 맞아 구성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의식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물론 포커스 그룹 인터뷰, 소셜 픽션 등에 재학생 1만4000여 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는 지난해 봄 출간된 ‘미래대학리포트 2015’에 담겼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학생, 교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총장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경희대는 오는 2019년 개교 70주년을 앞두고, 2016년 화두를 ‘함께하는 대학혁신’으로 정했다. ‘21세기 대학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과 연구의 탁월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행정과 재정, 인프라 등 대학 운영 전반에 대한 혁신을 이뤄낼 계획이다. 대내적으로는 ‘미래대학리포트 2015’와 ‘총장과의 대화’를 통해 수렴된 구성원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고 대외적으로는 대학의 사회적, 지구적 공공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조인원 총장은 지난 2월 올 1학기 합동교무위원연찬회에서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체결된 기후변화 협약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전한 뒤, 미래 전망과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총장은 “지난해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앞두고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37% 줄이겠다는 방안을 국제사회에 제시했다”며 “그러자 국내 반도체·석유화학 등 25개 업종 단체와 발전·에너지 38개사가 공동성명까지 내면서 반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화석 연료에 기반을 둔 제조업 중심의 생산과 수출에 주력해온 한국 기업들이 큰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라며 “기후변화 협약으로 산업 구조의 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협약 체결 이후의 미래를 내다보며 대체 에너지원 개발 등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준비해오지 못한 기업, 정부는 충격에 빠졌다”고 강조했다.

조 총장은 “이는 문명의 흐름과 세계정세를 잘 파악하지 않으면 큰 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대학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를 전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다가올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대학도 비슷한 맥락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우리 대학에서는 그 역할을 ‘21세기 대학혁신위원회’가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를 위한 혁신위 설치 = 21세기 대학혁신위는 올 연말까지 단기, 중장기 과제를 포함한 종합보고서 작성을 목표로 3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혁신위에서 수립한 단기 과제는 즉각 정책으로 전환된다.

조 총장은 “대학혁신위는 모든 과정을 개방하고,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도록 해 미래를 대비하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함께 구성원 모두의 긍지와 포부를 담아낼 것”이라며 “경희인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대학다운 대학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데 뜻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혁신위는 교육·실천혁신위원회와 학술진흥위원회, 행·재정혁신지원단으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실행위원회를 두어 혁신위에서 수립한 안건이 즉각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혁신위는 이달 중 출범식을 개최한 후, 공청회를 열고 대학혁신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시행한다.

미래지향적 학문단위 기획, 즉 5대 연계협력 클러스터는 대학 혁신의 한 축이다. 바이오헬스, 미래과학, 인류문명, 문화예술, 사회체육 등 5대 클러스터는 학내 모든 전공과 학과, 연구기관은 물론 국내외 유관기관과 협력해 융복합 분야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할 계획이다. 특히 관·산·학(官·産·學) 협력을 통해 지역과 협력하는 동시에 지구적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다. 바이오헬스, 미래과학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학문단위를 세계적 수준으로 개편하는 동시에, 학생들에 대한 지원책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특히 취업과 창업은 물론 새로운 삶의 방식을 포함하는 종합적 사회진출 프로그램을 마련, 학생들이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함께하는 대학혁신’으로 연구 환경 개선, 행정의 효율화, 재정의 안정화, 인프라의 최적화를 추구하면서 ‘마음껏 배우는 대학, 마음껏 가르치고 연구하는 대학’을 만들어 간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국내외 대학사회와 함께 대학의 지구적 공공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준의 세계 대학평가 지표(Global Eminence Index)를 개발할 예정이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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