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나 다를까, ‘우르크’라는 가상의 국제 분쟁 지역의 재난을 매개로 사랑을 꽃피우는 청춘남녀들의 사연이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공사창립특별기획’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면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의 반응도 예사롭지 않다. ‘재난 휴먼 멜로드라마’를 표방한 서사 전략으로 첫 방송부터 시청률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KBS 2TV 수목 미니시리즈 ‘태양의 후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특전사 중대장 유시진(송중기)과 의료봉사단 팀장 강모연(송혜교)은 자기 세계가 분명한 인물들이다. 유시진은 미인과 노인과 아이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애국심이라고 믿는 엘리트 군인이다. 반면에 강모연은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흉부외과 전문의이지만, 실력보다 중요한 것이 배경임을 인지하고 강남 개업이 진리라 믿는다. 두 사람은 강모연이 진료를 맡은 환자 때문에 티격태격하면서 서로에게 마음이 끌린다. 하지만 연애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업적 특성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운명처럼 ‘우르크’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인도적 차원의 재난 구호 활동을 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키운다.
신분의 차이 때문에 오래도록 망설였던 사랑의 주인공도 있다. 특전사 선임상사 서대영(진구)과 파병 군의관 윤명주(김지원)는 부대에서 만난 인연이다. 서대영은 태극 마크를 꿈꾸던 유도부 시절에 편법으로 승부가 조작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반항하다가 인생이 바뀐다. 비겁하게 싸우느니 뒷골목에서라도 당당하게 싸우겠노라며 깡패들과 어울리다가 뒤늦게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취득하고 자원입대해서 직업군인이 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윤명주는 특전사령관의 무남독녀로 군인가문의 명맥을 잇고 싶어 하는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마음으로 육사에 진학하여 군의관이 된다. 윤명주는 처음 부임한 부대에서 만난 서대영 상사를 사랑하게 되지만 아버지의 반대에 부닥치면서 갈등을 겪는다.
이 드라마는 자기 세계가 분명한 청년세대의 개인적 사랑과 보편적 인류애를 결합시킴으로써 멜로드라마의 장르 영역을 확장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만약 국제적 분쟁 지역에서의 재난이라는 극적 상황이 아니었다면, 유시진과 강모연 그리고 서대영과 윤명주의 사랑은 진부하고 상투적인 멜로드라마의 틀에 갇히고 말았을 것이다.
물론 유시진이 강모연과 데이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갔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유엔 직원을 구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급히 현장으로 떠나는 상황을 비롯하여 일부 극적 상황들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멜로드라마 장르 특유의 낭만성이 모든 것을 판타지로 전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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