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하지불안증후군에 특효
아미노산 풍부해 속풀이 최고
칼슘·오메가3 지방 등도 듬뿍
임산부·성장기 어린이에 ‘굿’
비타민A는 적어 부추와 궁합
남도 지방 애주가들에게 ‘속풀이 해장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부추를 넣어 끓인 재첩국이다. 투명하면서도 뽀얀 국물을 한 숟가락 훌훌 떠서 입에 넣어 보면 조갯살의 향긋함과 부추의 깔끔함이 어우러져 시원스럽게 막힌 속이 확 풀린다.
재첩은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지는 곳에서 서식한다. 과거엔 한강 이남의 여러 강에서 잡혔으나 요즘은 수질이 악화되며 섬진강 등 일부 강에서만 잡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섬진강 하구에서 서식하는 하동 재첩을 으뜸으로 친다. 다음 달이면 본격적으로 섬진강 일대에서 재첩 수확이 시작된다.
재첩은 조개에 비해 단백질, 탄수화물, 칼슘, 비타민 등이 두 배 이상 함유돼 있어 조개류의 보약이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 재첩에 함유된 미네랄 중에서 최근 주목받는 성분이 철분이다. 재첩은 그동안 속풀이 해장국으로만 명성을 얻었지만 사실 철결핍성 빈혈에도 특효인 음식이다. 재첩살 100g에는 21㎎의 철분이 들어 있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한국인 성인 남성 철분 하루 권장 섭취량의 175%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처럼 철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리 불편함 때문에 잠을 설치는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에게도 재첩이 좋은 식품으로 권해진다.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철결핍성 빈혈에서 흔히 하지불안증후군이 동반되며, 원인 소실 시 증상이 호전된다. 이처럼 철분 부족이 질병 발생의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은 하지불안증후군이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 결핍에 의해 주로 발생하며 철분이 바로 도파민 생성의 보조인자이기 때문이다.
철분 부족과 하지불안증후군이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혈중 철분 농도가 주간에 비해 야간에 낮아진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실제로 하지불안증후군은 밤에 증상이 심해진다.
한편 재첩이 속풀이 해장에 좋은 이유는 몸에 유익한 아미노산을 많이 지녔기 때문이다. 재첩은 호박산, 글루탐산, 알라닌, 글리신 등의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재첩국이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깊은 감칠맛을 내는 것은 그 같은 아미노산들이 국물에 우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성분 중 글리코겐은 간장 보호나 숙취 해소에 좋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글리코겐은 재첩에 함유된 함황아미노산인 메티오닌, 타우린과 더불어 간장의 활성을 돕고, 담즙의 배설을 촉진해 해독 작용을 활발하게 만들어 준다. 따라서 재첩국 등의 재첩 요리를 먹으면 간 기능이 개선되며 간염, 지방간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재첩에는 칼슘도 풍부하다. 100g당 칼슘 함량은 181㎎. 임산부나 성장기 어린이에게 재첩 요리를 권장하는 것도 이처럼 칼슘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첩엔 또 DHA·EPA 등 오메가3 지방도 상당량 들어 있다. 오메가3 지방은 혈관 건강은 물론 두뇌 발달과 치매 예방에도 이롭게 작용한다.
한방 의서에도 ‘재첩은 황달을 치료하고 숙취를 해소하며, 소갈(消渴), 수종(水腫), 도한(盜汗)에 좋다’며 재첩의 효능을 기록하고 있다. 소갈은 목이 말라 물을 마셔도 오줌이 잘 나오지 않는 병이고, 수종은 수분 배출의 어려움으로 몸이 붓는 병이며, 도한은 잠자는 중에 식은땀이 나는 증상을 말한다.
재첩은 간 기능 개선은 물론 철결핍성 빈혈 등에 좋은 효능을 발휘하지만 영양적으로 비타민A의 함량이 적다는 결함이 있다. 재첩국을 끓일 때 부추를 넣는 것도 어찌 보면 영양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부추에는 비타민A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데친 재래종 부추 100g에는 비타민A가 베타카로틴 형태로 2242㎍이나 들어 있다. 베타카로틴은 내열성이 강해 비타민C와 달리 국을 끓여도 성분의 손실이 적어 궁합이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글 =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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