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분·도파민 부족 탓 … 수면장애 등 유발대기업 임원 김모(56) 씨는 졸음과 싸우느라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보낸다.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당연히 업무 효율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김 씨가 밤잠을 못 이루는 이유는 다리 때문인데, 잠자리에 누우면 다리에서 이상한 감각이 느껴져 잠들기가 어렵다. 활동하는 동안은 괜찮지만 오래 앉아 있거나 잠을 자려고 누우면 양쪽 다리가 저리고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이 불편해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든다. 다리를 주무르고 두드리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지만 결국 잠을 설치게 된다.

이와 같은 증상을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RLS)이라고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수면장애의 하나로, 잠들기 전 다리에 이상하고 불편한 감각 증상이 나타나고, 다리를 움직이거나 주물러야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된다.

성인의 5∼10% 정도가 이 같은 증상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의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서 나타난다고 추정되며, 일부는 철분 부족이 원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다리에 충분하지 못한 혈액 공급, 말초신경증과 같은 신경 손상, 당뇨병, 빈혈, 신장병, 전립선염 및 방광염 같은 질병으로 인해 유발될 수 있으며 임신 후기에 나타나기도 한다.

고혈압, 암, 심혈관계 질환 및 불면증이 있는 환자가 하지불안증후군을 동시에 겪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기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하지불안증후군은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질환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적어 치료에 소극적인 환자가 대부분이다. 전문의들은 하지불안증후군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과 원인 교정, 효과적인 치료제를 이용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치료법은 증상의 중등도에 따라 결정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밤에 가끔 나타나는 경증에는 약물치료보다는 비약물적 치료를 권한다. 비약물적 치료로는 발·다리 마사지, 족욕, 가벼운 운동 등이 도움이 된다. 증상이 자주 나타나고 수면장애까지 동반되는 중증의 경우에는 수면의학 전문가의 진료를 받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원인에 따라 철분 결핍인 경우 철분제제를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그리고 주된 치료제로는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 주는 도파민제가 많이 쓰인다. 도파민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공인된 치료법으로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 개선에 좋다. 복용 후 하루 만에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며, 대개 1∼2주 내에 상당한 호전을 보인다. 하지만 장기간 복용 시에는 효과가 떨어지거나 드물게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고 복용해야 하며, 비약물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도움말 =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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