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의미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주권의 실현은 대리인의 선출에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선거는 국민을 실질적인 주인이 되게 하는 핵심적 수단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국민은 ‘스스로 주인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가’ 하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실업과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 가계부채, 노년층의 노후 준비 등 어려운 현실 속에 국민은 자신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오히려 피고용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민이 피고용인이 아닌 고용주가 되는 날이 있다. 오는 4월 13일, 바로 국민의 대리인을 선택하는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특히, 올해 선거는 1948년 5월 10일 처음 국회의원을 뽑은 이후 20번째를 맞는 선거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우리가 선출한 대리인들은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고용·복지·노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책뿐만 아니라, 외교나 국방 등 중요한 국가정책을 결정하고, 우리가 낸 세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도 결정한다. 또한, 정부가 우리를 위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국정을 감시하기도 한다. 자신을 뽑아준 주인을 위해 참으로 중요하고도 많은 일을 한다.
문제는, 주인이 무관심하면 대리인들이 부여받은 권한을 이용해 주인과 고용인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대리인은 주인이 원치 않는 정책을 펴기도 하며, 때로는 원하는 일을 거스르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대다수 주인이 그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넘어간다는 것이다. 설령 안다고 해도 하나하나 따지기가 쉽지 않다. 정보도 부족하고 전문적이지도 않은 주인은 권리 행사보다는 눈앞의 현실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실이 어렵더라도 대리인의 양심만 믿고 맡기거나 사심 없이 정책 결정을 해주길 마냥 기다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약속한 일을 잘하고 있는지, 공익과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선택해야 한다. 잘하고 있다면 고용 연장을, 잘못하고 있다면 새로운 대리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현명한 주인이 되는 길이다.
그 권한을 행사하는 선거일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4월 13일 선거 당일에 투표할 수 없으면 4월 8일(금), 9일(토)에 서울역과 용산역, 인천국제공항 등 전국 3511곳에 설치되는 사전투표소에서 미리 투표하면 된다. 외국에 있는 경우 공관과 파병부대에서 투표하는 ‘재외선거’를, 원양어선 등을 타고 먼바다에서 장기간 체류하고 있다면 ‘선상투표’를 이용하면 된다. 주인이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잘 갖춰져 있다.
24일부터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대리인이 되려는 사람들은 선거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주인의 세심한 관찰과 판단이 더욱 중요하게 요구되는 시기다.
대리인이 될 후보자들의 됨됨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 성품은 어떠한지, 인격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주인을 위해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할 것인지, 그것이 실천 가능한 약속인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주인의 뜻을 헤아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루돌프 폰 예링의 말이 있다. 우리 국민은 권리를 행사할 준비가 돼 있을까?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일이 유권자(有權者)가 현명한 주인임을 확인하는 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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