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는 암흑의 나라였다. 콩고의 역사는 시련과 전쟁의 역사다. 신생국 벨기에의 국왕 레오폴드 2세는 1870년대 콩고 전역을 탐험한 헨리 스탠리를 콩고에 보내서 400여 부족의 콩고 부족장들과 주권이양조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레오폴드는 1885년 베를린 회의에서 열강들로부터 콩고를 자신의 사유지로 인정받았다.
당시 유럽에서는 자전거 발명 및 차량의 고무타이어 사용으로 고무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레오폴드 2세는 콩고 각 마을에 고무 채취 할당량을 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주민들의 손목을 자르거나 마을을 불살라버렸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인구의 절반이 살해되거나 전염병, 기아 등으로 죽었다. 폴란드 출신 작가 조지프 콘래드는 1890년대에 콩고의 참상을 직접 목격한 후, 소설 ‘암흑의 중심(Heart of Darkness)’을 썼다. 그 이후 암흑의 중심은 콩고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었다.
콩고를 생각하면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 간의 복싱경기와 모부투 세세 세코 대통령 시절에 벌어진 국제전쟁을 쉽게 떠올리게 된다. 1974년 자이르(콩고민주공화국의 이전 국명)의 수도인 킨샤사에서 알리와 포먼 간의 복싱경기가 개최됐다.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전성기가 지난 32세의 알리가 40연승 무패가도를 달리던 25세의 포먼에게 9회 KO승을 거두었다. 모부투 대통령과 프로모터 돈 킹이 후원하고, ‘정글의 난투극(rumble in the jungle)’이라는 명칭이 붙여진 이 경기는 20세기 최고의 복싱경기로 남았다.
당시의 경기 포스터를 보면, 이 경기가 국민에 대한 모부투 대통령의 선물이라고 쓰여 있다. 모부투가 이 경기를 후원한 것은 자이르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모부투는 이 경기로 자이르를 세계에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된 선물이 아니었다. 그가 1965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32년간 자이르는 경제적으로 사실상 붕괴됐다.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직후만 해도 콩고는 아프리카에서 앞서가는 나라여서 인접국에서 유학을 올 정도였다. 모부투 정권이 부패와 실정을 일삼자 로랑 카빌라(현 대통령 조제프 카빌라의 부친)가 르완다 등 인접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1997년 모부투 정권을 타도하게 된다. 이후 콩고는 인접국가들이 편 갈라 참여해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소위 ‘아프리카판 세계대전’을 치렀다. 콩고의 동부지역에는 아직도 르완다 및 우간다의 반군세력이 활동하고 있고, 콩고군은 유엔평화유지군(MONUSCO)과 함께 반군세력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을 진행 중이다.
1960년대에는 콩고의 경제상황이 우리와 비슷했으나, 그 이후 정세 불안, 정부의 행정 역량 부족 등으로 현재 1인당 국민소득 450달러의 최빈국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콩고는 구리, 코발트, 다이아몬드 등 풍부한 광물자원과 75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아프리카의 대국이다. 국토는 스페인을 제외한 서부 유럽과 같은 규모이고, 인구는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암흑의 중심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중심(Heart of Africa)’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콩고가 아프리카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평화와 개발이 긴요하다. 콩고 장관들을 만나보면 한국이 콩고의 발전 모델이라고 하면서 급속한 성장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우리나라는 콩고의 국가재건사업에 기여하기 위해 우리의 발전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KOICA 및 여러 부처가 농촌개발, 보건·의료, 식수개발을 중심으로 개발원조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카빌라 대통령의 요청으로 콩고인들의 역사적 정체성 확보를 위해 2000만 달러 규모의 국립박물관 건립사업도 진행 중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라는 책을 쓴 대런 애스모글루 MIT 경제학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 정치학 교수는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적인 정치·경제제도가 발전과 번영을 불러오고, 지배계층만을 위한 수탈적이고 착취적인 제도는 정체와 빈곤을 낳는다고 썼다. 콩고가 ‘아프리카의 부상(Africa Rising)’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적인 정치·경제제도를 확립해나가는 것은 콩고 모든 정치지도자의 과제다. 올해 11월 27일 콩고에서는 대선이 예정돼 있다. 국민의 화합과 존중 속에 평화롭게 대선이 실시될지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다. 이번 대선이 콩고가 아프리카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콩고 국민에게 선물로 안겨줄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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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창(55) △제24회 외무고시 △주미국1등서기관 △자유무역협정서비스·투자과장 △북미유럽연합통상과장 △주인도네시아참사관 △주아세안공사참사관 △국회사무처 파견 △보건복지부 국제협력관 △주콩고민주공화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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