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얼굴)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사는 경남 양산 자택은 풍수지리상 휴식과 수양의 공간으로 꼽힌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패배 후에도 양산 자택에서 한동안 칩거했다. 그 이후에도 “권력의지가 없다”는 평가는 문 전 대표를 계속 따라다녔다.
4년 후, 양산 저택은 그대로지만 문 전 대표는 달라졌다. 지난 1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영입하고 양산 자택으로 물러났지만, 이제 ‘부족한 권력의지’를 지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 전 대표는 22일 김 대표가 사퇴 가능성을 시사하자 급거 상경해 김 대표를 설득했다. 50분간 이뤄진 두 사람의 만남에서 김 대표는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한 당의 확장성’을 강조했고 문 전 대표는 ‘미리 손을 쓰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부인 김미경 씨는 ‘처음 비대위원장 맡아달라고 할 때 책임지고 다 막아준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항의했다고 한다. 이 대화만으로도 그간 김 대표가 친노(친노무현)·운동권에 칼을 휘두른 배경에는 문 전 대표의 양해가 있었음을 읽을 수 있다.
나아가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한 당의 확장성’에 두 사람이 합의했다는 것은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의 대권 재도전을 지원하는 대신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에게 당의 전권을 양해했다는 물밑 합의설에 힘을 실어준다.
친노·운동권 숙청 과정에서 친문(친문재인) 세력들이 거의 살아남았다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이대로 공천이 마무리되고 총선이 끝나면 더민주는 친문 세력 주축의 당으로 신장개업하고 문 전 대표는 오너로 복귀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물론 김 대표는 오너조차 함부로 하기 어려운 전문경영인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거나 문 전 대표와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지만 당내 뿌리가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앞두고 김 대표에게 수차례 자문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겠다며 대선에 출마한 당시 문 전 대표에게 대권은 친노그룹의 집단 권력의지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당에 복귀했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문 전 대표에게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대권 자문역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대권 플랜 구상 및 집행자로 보였을 수 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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