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공천엔 잠잠하다
SNS정치 비례명단 뒤집어
친문·86핵심들 살아남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친노(친노무현)·운동권은 ‘육참골단(肉斬骨斷·살을 주고 뼈를 취함)’ 전략으로 실익을 다 챙겼다. 친노·운동권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내 분란이란 위험을 무릅쓰고 김종인 대표를 흔든 것은 지역구 공천에서 위축됐던 당내 존재감을 부각시키면서 총선 후 대선을 향한 권력 투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김 대표를 공격하고 물러나면서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이는 등 튼튼한 조직력을 과시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민주는 총선 이후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뽑게 돼 있다. 따라서 김 대표가 당에 남는지와 관계없이 친노·운동권 주류는 당권과 대권 주도권을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비례대표 후보 명부가 공개되자 주류 진영은 일제히 김 대표 공격에 나섰다. 비례대표 후보를 ABC그룹으로 나눠 순위투표를 하는 것은 중앙위원회 권한 침해라고 주장하고 김 대표가 비례대표 2번에 배정된 것에 대한 비판도 터져 나왔다. 당내 인사들뿐 아니라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문성근 국민의명령 상임위원장 등도 SNS에 글을 올려 김 대표를 몰아붙였다. 한 비주류 의원은 “친노들은 ‘육참골단’을 그대로 실천했다”며 “이해찬 의원 등 ‘살’은 내줬지만 ‘뼈’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김 대표의 뼈를 잘라냈다”고 평했다.

주류는 22일 새벽 중앙위에서 ‘당 정체성’에 부합하는 인물들을 상위권으로 올린 후에는 ‘치고 빠지기’ 전략을 적절히 사용하며 김 대표 달래기에 들어갔다. 문재인 전 대표가 상경해 김 대표를 만난 것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비대위원들이 자기 사람을 명단에 넣었다”며 사태를 발생시킨 책임을 비대위원들에게 돌리고 있다.

현재는 주류 진영이 김 대표를 다시 달래고 있지만, 총선 이후에는 당권 획득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총선 이후 개최되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을 관리하게 된다. 김 대표가 총선 이후에 당에 남더라도 김 대표에게 경선 관리를 맡길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비주류 쪽의 예상이다.

김 대표가 주류 진영과 대립각을 세우며 나머지 세력을 규합할 수도 있지만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원은 “이번 파동을 통해 김 대표가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돼, 총선 이후에도 주류가 김 대표를 ‘얼굴마담’으로 세울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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