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전직 임원의 중국 해외 기술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 안산의 한 중소업체에서 한 직원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22일 오후 전직 임원의 중국 해외 기술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 안산의 한 중소업체에서 한 직원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中企 기밀유출 피해 사례

기술도면부터 원가 자료까지
문제제기 부하 윽박지르기도


“A 씨가 퇴사 전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지운 외장 하드를 받았는데, 컴퓨터 전문업체에 맡겨 복구했더니 어마어마한 회사 내부 기밀이 나왔어요. 설계 자료,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기술 도면이 모두 담겨 있었고, 심지어 구매팀 원가 자료까지 가져갔더군요.”

2014년 회사 임원 A 씨가 중국 업체로 이직하면서 기술까지 빼돌리는 바람에 수난을 겪고 있는 자동차변속기 검사장비 제조업체의 이모 이사는 22일 “원가 자료까지 포함해 회사의 밑바닥까지 다 털렸다”고 털어놓았다. 도저히 입찰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A 씨가 이직한 중국 회사는 이미 이 회사에서 빼 온 기술력에 더해 중국 내 입찰경쟁에서 30~40%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고 한다. 중국 내 입찰 과정에서 제출해야 하는 기술 도면도 이 회사의 도면을 가져다 로고만 바꿔 사용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추정하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회사 기밀이 털릴 수 있었을까. 이 이사는 “A 씨가 설계팀 사무실에 들어가 외장형 하드로 백업을 받다가 들킨 적도 있다”면서 “부하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다가 오히려 ‘건방지다’는 지적을 받는 등 혼이 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A 씨가 대외비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표이사 승인이 필요하다”고 따지면 “도대체 일을 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라고 역정을 냈다고 이 이사는 전했다. 주말에도 출근해 복사기와 스캐너를 돌리는 A 씨를 막지 못한 게 이렇게 큰 화근이 될지 몰랐다는 것이다. 멀쩡하던 복사기와 스캐너가 두 달 만에 고장이 났을 정도라고 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회사 돈으로 외장 하드 외에 컴퓨터 화면이나 웹캠 영상 등을 간편하게 동영상으로 녹화할 수 있는 장비까지 구입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 회사는 사건 이후 회사 서버를 교체하고, 문서 보안실도 들어가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다. CCTV도 늘리고 직원 보안교육도 했지만 말 그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였다.

형사사건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중국 현지에서 민사소송 등을 통해 이 회사가 피해를 보상받는 등의 방안 마련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이승용 경정은 “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하면서 중국 현지 법원에서 우리 기업들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소송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최근에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을 상대로 특허문제 등 민사소송에서도 이기는 경우가 종종 나오는데, 우리 기업들이 이런 절차를 통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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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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