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주체 모호해 대부분 방치
경남지역 32% 규정에 안맞아
전남 56% 기준미달·도색불량
사고나도 책임 주체조차 없어
경찰·국토부도 나몰라라 일관
운전자 과실 취급 소송도 못해
“과속방지턱 이대로 둬야 하나….”
수십만 개에 달하는 전국의 과속방지턱 설치 주체와 절차가 제각각인 데다, 사후관리도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만일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지울 대상까지 ‘무주공산(無主空山)’이라서 시급한 개선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설치·관리 부실 = 문화일보 취재 결과,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 과속방지턱의 1차 관리주체로 돼 있으나, 부산·울산·충남·경남 등은 해당 지역 기초자치단체에서 민원 등에 따라 임의로 설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광역지자체는 통합 관리를 못해 내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또 한번 설치하면 철거 없이 반영구로 유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정기적인 부적격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지침대로 설치해 문제없다”는 식이다.
충남 천안시 관계자는 “공무원 1명이 과속방지턱, 볼라드(차량 진입금지봉) 등 교통시설물 관리를 담당해 정확하게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태 = 경남 창원시에 사는 김모(여·40) 씨는 3년 전 이사를 온 집 앞 도로의 과속방지턱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차례 놀란다. 방지턱 2개가 칠이 벗겨져 아스팔트 색과 비슷하다 보니 차량들이 달리다 앞범퍼 아래를 도로에 쿵쿵 박아 큰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민원을 제기하자 구청은 방지턱을 새로 도색하는 데 그쳤다. 울산석유화학공단 근로자들은 “공단을 지나는 길에 과속방지턱이 모두 6개 있는데, 이 중 2개는 시속 30~40㎞로 운행해도 괜찮지만 4곳은 차체 충격이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경남경찰청은 수천 개의 과속방지턱 중 지난 한 달간 210개를 우선 조사한 결과 무려 32%(68개)가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된 것으로 파악했다. 국토교통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을 어기고 높이가 10㎝ 이상인 것이 30개, 길이(3.6m)가 안 맞는 것이 38개였다. 절반가량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재도색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도도 지난해 말 관내 과속방지턱 957개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17.6%(169개)가 기준 미달, 38%(365개)는 도색 불량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서도 지난해 기준 1132개의 방지턱이 부적격으로 드러났다.
◇사고 책임 주체도 없어 = 더 큰 문제는 방지턱을 오간 상당수 운전자가 차량파손 피해를 보고 사고 위험을 느끼는데도 책임지는 주체조차 없다는 점이다. 경찰과 국토부는 ‘과속방지턱 사고’를 별도의 사고유형 및 관리항목에 넣지 않고 있다. 과속방지턱을 넘다가 차량파손, 추돌사고 등으로 이어진 사건 자체가 통계상으로는 아예 없는 셈이다. 파손된 후 항의는 해보지만 운전자의 과실로 취급돼 법적 다툼을 벌일 대상도 없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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