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2일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은 당 안팎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제19대(代) 국회에 비해 이번 20대는 비례대표 의석이 7석 줄어 47석이 된 가운데 665명이나 신청, 외형상 상당한 경쟁률을 보였지만 내락 소문이 돌던 인사들이 당선권에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각 분야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온 사람들이다. 비무장지대(DMZ) 수색 중 두 다리를 잃고도 15년을 더 근무하고 만기 전역한 이종명 예비역 대령이나 ‘보수 청년운동가’ 출신인 신보라 씨 등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비례대표 취지를 제대로 살렸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를 포함해 여권 실력자들의 ‘나눠먹기’로 비친다. 당선권 후보들의 경우, 누구 추천으로 그렇게 됐는지는 당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일 정도다. 이렇다 보니 지역구 후보들을 보완할 국정 경륜을 갖춘 인재나, 당과 국가를 위한 정치적 역량을 갖춘 사람보다는 ‘추천권자’와 친한 사람들이 앞서게 된다. 4년 전 국회에 들어온 19대 비례대표 의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27명 가운데 의정 활동이나 정치력으로 국민 뇌리에 남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18명이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공천을 받은 의원은 5명에 불과하고 여성 의원은 한 명도 없다. 이번 후보 명단 역시 4년 전의 데자뷔 느낌을 갖게 한다.

비례대표 제도는 5·16 이후 1963년 실시된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국구로 도입된 이래 아직 제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로 여당에 다수 의석을 몰아주는 제도로 기능했으며, 1972년 유신 이후에는 전체 의석의 3분의 1을 대통령이 지명하는 유정회 방식이었다. 민주화 이후에는 ‘전국구(錢國區)’로 불리며 불법 정치자금 창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부터 현재의 제도가 시행되며 200명 가까운 비례대표 의원이 배출됐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의정 족적을 남긴 경우는 희박하고, 지역구로 살아남은 경우도 나경원, 이정현, 황진하 의원 등 극소수다.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 역시 존재감 부각에 실패한 19대 비례대표 의원들의 재판(再版)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이런 식이라면 비례대표의 존재 이유가 의심된다는 주장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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