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80대 중반 운전자가 운행하는 택시를 탔다. 수십 년 택시를 타왔지만 처음 있는 일이다. 승차 시간이 심야여서 바짝 긴장했다. 혹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운전도 잘할뿐더러 지름길도 잘 알고 있었다. ‘실버 택시’의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날 그 기사에게 ‘귀가 번쩍 뜨일’ 얘기를 들었다. 동료 운전자 중 치매 의심 환자가 더러 있다는 것이다. ‘치매 택시’라는 은어가 있다는 사실도 전해줬다. “치매 환자가 택시 운전을 하면 어떡하느냐”고 했더니 “심증만 있고 확증이 없어 그냥 넘어간다”고 했다. 치매 운전 ‘감별법’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좌회전·우회전 신호를 자주 잘못 보낸다. 둘째, 잘못된 차선으로 자꾸 움직인다. 셋째, 길을 찾기 위해 수시로 방향을 바꾼다. 넷째, 대화 도중 뜬금없이 다른 주제로 옮겨간다. 다섯째, 운전 중 느닷없이 정지한다.
물론 그의 말을 사실로 단정 지을 순 없다. 그러나 치매 택시의 현실을 짐작해볼 수 있는 여러 정황 증거가 있다. 우선, 신문 기사에 종종 오르내리는 치매 택시 사고가 그렇다. 2005∼2013년 전국 30개 병원에 등록된 치매 환자 4377명 중 확진을 받은 후에도 운전하는 사람이 272명(6.2%)이나 된다는 한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65세 이상 치매 환자 64만여 명 중 22만 명이 운전면허가 있다는 통계도 있다.
‘초고령 사회’ 일본은 고령 치매 운전자의 잦은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3년간 이런 유의 사고 570여 건 가운데 70%가 65세 이상에서 일어났고, 이 중 37%가 치매 환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정부는 7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인지 기능검사를 해 치매가 의심되면 의사 진단을 받아 면허를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만도 2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치매로 6개월 이상 입원치료를 받은 중증 환자(150여 명)에 한해 실시하던 수시 적성검사를 노인 장기요양보험 수급자(16만여 명)로까지 확대키로 했다. 치매 운전은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그러나 치매 운전자도 고령화사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 일원이다. 국민 안전과 치매 운전자 인권의 접점을 모색해야 하는 국민적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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