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들이 서울 지하철을 망칠 위험한 이야기를 한다.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내년 1월 통합공사로 출범하면서 ‘노동 이사제(理事制)’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두 공사 노사(勞使)가 지난 15일 2명의 노조원에게 이사 자격을 주어 경영에 참여케 하기로 잠정 합의하고, 오는 25~29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다.
이사회 구성은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 부분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 국제 금융기관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문제임을 간파했다. 기업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할 의지와 능력을 의심한 이들 기관은 지배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금융 지원도 없다고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상법이 대폭 개정돼 현재의 주식회사 사외이사 제도와 감사위원회 제도 등이 도입됐다. 주인 없는 공기업은 그 지배구조가 더욱 중요하다.
회사법은 조직법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공공 조직은 상법 중 회사편에서 제시된 주식회사의 조직 모델을 따른다. 그래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도 상법 규정을 다수 준용한다. 우리 상법은 자유시장경제 국가 대부분이 채택한 모델인 영미의 이사회 제도를 채택했다.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는 독일에서 인정되고 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에 옛 소련의 사회주의 모델을 가미한 사회적 경제 모델을 확립했다. 1951년 철강·석탄·광산 분야에서 자본가와 근로자가 협의해 경영 사항을 결정하는 공동결정 제도가 도입됐으며, ‘1976년 공동결정법’에서 이 제도가 확립됐다. 이 체제에서는 이사회를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로 나누고, 감독이사회의 이사 반수를 근로자의 대표로써 임명한다. 감독이사는 경영에 참여할 수 없으므로 감독이사의 멤버인 근로자는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감독이사회의 의장은 자본가의 대표가, 부의장은 근로자의 대표가 맡으며, 가부(可否) 동수인 경우 의장에게 결정권을 준다.
이와 같은 이원적 이사회 체제는 전쟁 후 독일 경제를 부흥시키는 데는 매우 유용했지만, 현대에는 맞지 않다. 주주 가치 제고라는 세계적 추세와 기업 활동의 국제화로 공동결정 제도에 대한 비판이 독일에서도 고조되고 있다. 2002년 기업들의 대규모 부정 사건으로 이 제도는 극심한 비판을 받았으며, 지난해 폭스바겐 사건으로 다시 폭발했다. 이에 유럽연합(EU)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유럽회사법’에서는 이원적 이사회 제도 도입을 각 회사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그러나 한 번 주어진 혜택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법. 들끓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는 여전히 이 제도가 살아 있다.
그런데 서울시는 감독이사가 아닌 경영이사에 해당하는 자리에 노조원을 앉히겠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동시에 경영자가 되면 자기가 자기를 경영하게 된다. 한국에는 감독이사회 제도가 없으므로 서울시가 임명하는 이사는 당연히 경영이사가 되기 때문이다. 경영에 대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주인 없는 공기업의 노사 혼성 이사들이 야합할 가능성과 그새 공기업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위험은 감성 아닌 시스템으로 제거해야 한다. 이 같은 이상론은 주인 없는 기업에서 독버섯처럼 퍼진다. 4조6000억 원에 이르는 적자 덩어리 서울지하철이 위험한 실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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