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오늘은 내가 살 테니까 넌 팁만 내라고, 알았냐?”
“좋지.”
“기념이다.”
자리에 앉은 유정수가 어깨를 부풀리며 말했다.
“내가 한랜드행을 결심한 기념이야.”
그때 종업원이 들어서자 유정수는 호기 있게 술과 안주를 시켰다. 주문한 위스키가 한 병에 30만 원이라는 말을 듣더니 잠깐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바꾸지 않았다. 방에 둘이 됐을 때 유정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이게 내 수준이다. 내 최고 수준의 술집이지.”
“괜찮군, 한랜드에서도 이 정도면 최고 수준이야.”
김광도가 말했다. 거짓말이다. 이 정도면 싸구려 노동자급이다. 그때 유정수가 지그시 김광도를 보았다. 돼지갈비 안주로 소주 세 병을 마시고 온 터라 술기운이 올랐고 고기 냄새가 풀풀 났다.
“여기에 딱 한 번 왔어. 석 달 전에 우리 원장이 한잔 산다고 해서 말이야.”
김광도가 머리만 끄덕였다. 유정수는 짠돌이로 소문이 났다. 예전부터 제 돈 내고 술을 마셔 본 적이 없는 놈으로 유명했다. 실제로 전에 김광도와 어울릴 때 단 한 번도 술값이나 밥값을 낸 적이 없다. 아버지가 은행 간부여서 집안 형편이 어렵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종업원이 술과 안주를 가져오더니 김광도에게 물었다.
“합석할 아가씨들 모셔올까요?”
“뭐 마시는데?”
유정수가 불쑥 물었으므로 종업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예, 맥주 마십니다.”
그때 김광도가 물었다.
“양주 마시는 아가씨도 있어?”
“있지요.”
종업원이 김광도에게로 몸을 돌렸다. 웃음 띤 얼굴이다.
“수준 높은 아가씨들이 많습니다.”
합석이 된다면 아가씨들 술값은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이동되는 것이다. 김광도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비싼 술 마시는 아가씨일수록 수준이 높겠군. 그렇지?”
“자신이 있는 아가씨들이니까요.”
머리를 끄덕인 김광도가 지갑을 꺼내 5만 원권 한 장을 종업원에게 내밀었다.
“어디 보자고.”
“감사합니다.”
허리를 꺾어 절을 한 종업원이 방을 나갔을 때 김광도가 말했다.
“오늘은 너를 한랜드로 끌어들인 기념으로 내가 사는 것으로 하지.”
“네가 내 고용인이 되는 것이군.”
술병 마개를 따면서 유정수가 혼잣말을 했다. 그러더니 머리를 들었다.
“따르겠어. 네가 한랜드로 같이 가자고 한 순간에 갑자기 목이 메이더라. 난 네가 그런 말을 할 줄 몰랐거든.”
유정수의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고맙다, 나 같은 놈을 생각해 줘서.”
“천만에. 내가 필요해서 그런 거야.”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 다만 믿을 만한 인간이 필요했다. 유정수도 겪어 봐야겠지만 예상외로 발군의 능력을 보이는 인물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잔에 술을 따르면서 유정수가 말했다.
“넌 동창들 사이에 대물이라고 소문났어. 그건 물건이 크다는 말이 아니야.”
그때 문이 열리고 종업원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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