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자 100명 이상 유노조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자 100명 이상 유노조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 지적

“청년 취업문제 심각해…
노조 이익대변 구태 벗고
미래지향적인 협상 필요”


노동 문제 및 관련법 전문가들은 조합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거나, 신규채용이나 조합원 배치전환 시 노조의 동의를 요구하는 등의 단체협약이 실질적인 기회균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8일 “장기근속자나 조합원은 고임금을 받고 기업에서 장학금을 지원받거나 학자금 융자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등 안정적인 상황에서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단체협약으로 취업 시 자녀 등에게 가산점까지 주는 것은 실질적인 기회균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단체협약으로 장기근속자나 조합원 자녀에게 취업 시 가산점을 제공하거나 우선권을 주는 것은 사회적으로 기회균등을 보장받지 못해 사실상 불평등한 조건에서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 장애인, 여성, 국가 유공자 자녀 등에게 취업 시 혜택을 주는 것과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또 “1970∼1980년대도 회사마다 연고 채용, 직원 추천 채용 등이 있었고 회사도 충성심이 있고 믿을만한 사람을 추천을 받아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당시는 노동시장 상황이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다”며 “청년 취업 문제가 심각하고 특정그룹에 우선권이나 가산점을 주는 것에 대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인식하는 상황에서 노조는 사회변화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태도로 단체협약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노조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책임을 담당해야 할 의무가 있는 단체”라며 “청년들에게 취업 등의 희망을 주기 위해서 특혜 위주의 단체협약 조항을 없애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일부 대기업 노조의 단체협약 중 불합리한 내용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단체협약은 합법적이어야 하고 공동체 이익을 대변하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청년 취업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노조도 자신들만의 이익 대변이라는 구태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으로 단체협약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기업과 노조의 불합리한 단체협약을 막기 위해서 상시적인 관리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정부는 특정한 시기에만 단체협약 사항의 문제점을 점검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일상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불합리하고 일부 위법 소지가 있는 단체협약 사항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조 교수는 기업도 단체협약 성사에만 급급해 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을 비판적 검토 없이 수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노총 등은 고용노동부의 노조 단체협약 실태 발표가 “사실을 호도했다”며 지난해 8월 이기권 장관 등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민주노총 측은 “정부가 문제 삼은 대기업 단체협약을 확인한 결과, 고용세습을 하는 사업장은 없었다”며 “인사·경영권을 침해한다는 단체협약 역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부당인사 및 해고를 예방하기 위한 합법적 단체협약”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측의 주장대로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부 측에서 의도적으로 통계 자료 등을 왜곡했다는 점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측이 제출한 근거 자료 등을 분석해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진·김병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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