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로 사 본국고객 구매대행
“일 잘돼 본격 사업할까 고민”
세관 수출입신고땐 불법 아냐
서울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A(24) 씨는 지난 1월부터 ‘화장품 구매 대행’ 일을 시작했다. 공급률과 품목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도매시장에서 시중가의 60∼70%에 화장품을 사들인 뒤 위챗(微信)·웨이보(微博) 등 중국판 SNS를 통해 중국 현지 고객들에게 75∼80%의 값을 받고 판매한다. 올해 2월부터 이 일을 시작한 뒤 A 씨는 100여 만 원을 벌었다. 특히 A 씨는 최근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일명 ‘송혜교 화장품’이라고 불리는 립스틱·파운데이션 등으로 매출이 오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A 씨는 “SNS에 화장품 사진을 올리면 중국인들이 현지에서 보고 물건을 주문한다”며 “부모님이 투자한 1000만 원으로 도매가에 화장품을 구매한 후 되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강을 했지만, 학교 수업에 거의 가지 못하고 있다”며 “일이 생각보다 잘돼 학교를 그만두고 전문 사업가로 나설지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2015년 1월부터 화장품 구매대행을 하는 중국인 유학생 B(22) 씨도 한 달 평균 1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그는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받아오면 다른 유학생 두 명이 SNS를 통해 홍보와 판매 접수, 물건 배송 등을 맡는 등 역할을 나눠 일하고 있다”며 “수천만 원대의 수익을 올리거나 창고·오피스텔 등을 빌려 전문적으로 사업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태양의 후예’ 등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최근 중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 구매 대행’ 아르바이트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들은 화장품 도매업자와 계약을 맺고, 화장품을 구매한다. 이후 도매업자들이 공장에서 대량으로 화장품을 가져와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시중가의 60∼70% 선에서 물건을 공급해준다. A 씨는 “중국인들 다수가 현지에서 사는 화장품은 가짜라고 생각해 한국에서 직접 가져온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구매대행은 세관을 통해 수출입신고를 한다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 세관 당국은 자국 화장품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다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대행업을 하는 중국인 유학생 C(여·22) 씨는 “화장품 10㎏ 이상, 동일 품목 5개 이상이면 중국 당국에 압수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혹시 문제가 돼 비자에 영향을 받을까 봐 그만두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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