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군요.”

머리를 끄덕인 김광도가 지그시 전윤희를 보았다.

“극장을 빌리지 못했단 말이군요.”

“네, 극장 하나 만들어 주실래요?”

웃음 띤 얼굴로 전윤희가 묻자 김광도가 되물었다.

“전용극장 말입니까?”

“아휴, 그만.”

앞에 앉은 파마머리가 안주로 가져온 땅콩 한 알을 집어 전윤희에게 던졌다. 땅콩이 전윤희 가슴에 맞고 떨어졌다. 그러나 유정수는 정색하고 김광도를 주시하고 있다. 그때 전윤희가 대답했다.

“전용극장까지는 필요 없어요, 우리 연극을 공연할 수 있는 극장만 있으면 돼요. 100석짜리 객석이면 충분하죠, 열흘만 공연하게 해주면 되고.”

전윤희도 이미 술을 좀 마신 것 같다. 그때 종업원이 술과 안주를 쟁반에 받쳐 들고 왔는데 위스키병은 반쯤 비워져 있다. 종업원이 방을 나갔을 때 다시 김광도가 전윤희를 보았다.

“공연자는 몇 명입니까? 그러니까 연극배우, 그리고 종사자들.”

“17명.”

전윤희가 바로 대답하더니 물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란 연극 아세요?”

“모르겠는데.”

“작년에 우리 연극단에서 공연했는데.”

“아아.”

“이번에 ‘득낙원(得樂園)’이란 연극을 공연하기로 인사동 하늘극장에 예약했는데 배신당했죠.”

“저런, 왜요?”

“계약금을 안 냈다는 핑계를 대지만 쓰레기 같은 놈들이 극장을 가로채 갔기 때문이죠.”

“흥행은 잘됩니까?”

그러자 전윤희가 입을 다물었고 앞쪽 여자가 대신 대답했다.

“오늘 술값으로 예비비가 다 나갔어요.”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여자가 술잔을 들어 보이며 웃었다. 목소리가 맑고 높은 편이다.

“아저씨는 뭐 하시는 분이에요?”

“아, 부동산업자.”

얼떨결에 그렇게 대답한 김광도가 술잔을 들고 한 모금 삼켰다. 그때 유정수가 거들었다.

“꽤 큰 부동산업자죠.”

김광도가 다시 전윤희에게 물었다.

“한랜드에 가서 공연을 해보지 그래요? 관객들이 꽉 찰 텐데.”

“한랜드요?”

앞쪽 여자는 눈만 크게 떴지만 전윤희가 김광도를 보았다.

“아저씨, 한랜드 부동산 업자세요?”

“그런 셈이죠.”

“한랜드에서도 연극 공연을 해요?”

“내가 알기에는 아직 없습니다. 극장은 막 늘어나고 있지만.”

“관객 수준은요?”

“그건 모르겠지만 공연장은 구해 볼 수가 있을 것 같은데.”

김광도의 머릿속에 신(新) 룸살롱 타운의 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이 떠올랐다. 한랜드에도 다양한 문화기반이 다져져야 한다. 호텔, 룸살롱, 카지노, 식당으로만 넓혀가는 사업을 문화면으로도 확대하는 것이다. 여자 둘의 시선을 받은 김광도가 눈동자의 초점을 잡고 웃었다.

“오늘 밤에 또 사업 파트너를 만났구먼.”

“무슨 사업요?”

전윤희가 물었을 때 김광도가 정색했다.

“한랜드에서 공연하고 싶으시다면 준비를 해요. 도와드릴 테니까.”

김광도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전윤희에게 내밀었다.

“내 명함이니까 내일 연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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