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 ‘일자리 통한 성장’
朴정부 추진 정책 복사판 같아
국가난제 해법 등 구체성 부족
- 더민주 ‘경제민주화·복지’
돈 걱정해선 일 못한다 주장
현실적 재원마련 대책 불명확
- 국민의당 ‘미래형 벤처 육성’
안철수 브랜드 선거활용 의도
정치개혁 방안도 기대 못미쳐
참공약 vs 헛공약 잘 가려내야
4·13 총선을 위한 공식 선거운동이 31일부터 시작된다. 각 정당의 후보들은 이미 정당 내부경선에서부터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나 4·13 총선은 후보 개인에 대한 투표일 뿐 아니라 정당에 대한 투표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각 정당이 어떤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공약들이 선거 후 팽개쳐지는 헛공약인지, 아니면 성실히 지킬 약속인지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공약들이 나라 경제와 국민의 복지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인지를 살펴보고, 공약들을 시행하기 위해 적절한 재원 마련이 가능한 것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최종적으로 제시한 공약들이 서로 앞뒤가 맞아떨어지는지도 맞춰 봐야 한다.
어느 정당의 공약이 가장 믿을 만하고 꼭 필요한 내용이 담겨 있는지, 서로 차별성은 있는지 등을 따지면서 공약들을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새누리당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성장을 가장 핵심적인 공약으로 내세우고 맞춤형 복지, 미래 변화를 그다음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일자리를 위해 해외진출 기업이 국내로 복귀하도록 유도해 5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견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복지 분야에서는 국민연금 추후 납부를 통한 경력단절 여성의 연금수급권 확보, 찾아가는 맞춤형 복지서비스 등이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여러 분야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나열하고 있지만,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앞으로 국정을 끌고 갈 전반적인 방향이나 구체적인 시나리오 등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대통령이 그렇게 통과를 요구했던 노동개혁도 공약사항에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뚜렷한 신념이 느껴지지 않는다.
경제침체 속에 증가하는 청년실업, 소득 불평등과 계층 양극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의 노인빈곤 등 실타래처럼 서로 얽혀 있는 문제들에 대해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렇듯 지금 우리가 당면한 경제불황과 사회 양극화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는데, 새누리당은 시급함도, 절박함도 없이 기존 정책들을 선거공약으로 재차 나열하고 있다. 노동개혁을 통해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한다고 해서 청년고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OECD 국가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문제가 더 악화될 위험만 커진다. 종합적이고 다면적인 대안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러나 이번 새누리당 공약은 박근혜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의 복사판과 같아서 지금까지 풀지 못한 국가적 난제들을 과연 어떻게 헤쳐나갈지 우려가 앞선다.
다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공약을 경제민주화와 더불어 성장이라는 두 가지 화두로 제시한다. 내용을 보면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기초연금 30만 원 지급, 저소득·저신용 서민 부채 해소 등 복지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복지정책에 소요되는 재원의 규모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객관적인 분석이나 현실적인 재원대책은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다. 돈 걱정해서는 아무 일도 못 한다는 것이 김종인 대표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세금을 올려야 할 텐데 더민주는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계획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더 알기 어려운 내용은 경제민주화와 더불어 성장이다. 뚜렷한 내용도 없이 화두만 믿고 막무가내로 한 표를 달라는 식이다.
국민의당은 과거와 미래를 대비하며 스스로를 미래의 정치세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다른 당들과는 달리 정치개혁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치인 낙하산 임명금지, 법안국민발안, 국회의원 소환투표 등 색다른 방안이 눈에 띄지만, 미래를 이끌어갈 세력의 정치개혁 비전에는 한참 못 미치는 내용이다.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으로 국민의당이 내놓은 대안은 미래형 신성장산업 육성으로, 주로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브랜드를 살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끝으로, 가장 뚜렷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정의당이다. 최저임금 1만 원, 법인세 인상, 사회복지세 도입과 더불어 재벌개혁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정당에 비해 공약 간 앞뒤가 가장 잘 맞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의당이 국가경제와 국민복지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는 알 수 없다.
한마디로 이번 총선에 각 정당이 준비한 공약 내용은 나열식에 불과하며, 전체적으로 미래 국가비전을 향한 뚜렷한 메시지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친박·비박·반박 간 치열한 권력싸움에 매달린 새누리당이나 탈당과 창당으로 이합집산을 거친 야당 모두 그간의 사정을 감안하면 빈약한 총선공약을 내놓은 것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어쨌든 선택을 해야 하는 국민은 더욱 처량한 심정이다.
그렇지만 여야 정당 간 공약의 차별성은 드러난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새누리당은 일자리, 더민주는 복지, 국민의당은 미래형 벤처다. 여기에 정의로운 경제를 내세우는 정의당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총선에 뛰어든 여야 정당 후보들은 좀 더 총선공약을 가다듬고, 보다 명확한 자신의 정책적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 상대방 공약의 약점을 낱낱이 지적해 국민이 확실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경쟁해야 한다.
또한 국민도 후보자와 정당들의 공약에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파악해서 투표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생활도 나아지고 정치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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