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근로감독 과학화’ 사업

행자부 ‘정부3.0’중점과제
고용부 신고사건 자료 분석


서면계약 등 5대 유형 분류
위법 업소 선정해 중점감독

감독관들 현장검사 한계 극복
임금체불 3년간 1461억 감소


이모(27) 씨는 최근 6개월간 월급을 받지 못했다. 회사는 곧 지급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씨는 월세가 밀린 탓에 집을 비우라는 요구를 받고 있고 생활비마저 바닥나 고통을 겪고 있다. 대출을 알아봐도 계약직이라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동일 업종에서 일하는 친구로부터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체불임금을 모두 지급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정부의 도움이 없으면 생활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정부 3.0 공공 빅데이터 분석 사업의 하나로 고용노동부와 함께 ‘근로감독 사업장 선정 과학화’ 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근로감독 유형별 취약지수를 개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우선 감독대상 사업장’을 선정하여 체계적인 근로감독이 가능하도록 시스템화한 것이다.

고용부가 운영하는 근로감독제도는 부당한 처우를 당하고 있는 근로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다. 근로감독관은 근로조건 기준에 따라 사업장, 기숙사, 부속 건물 등의 현장검사를 통해 노동관계법령 위반 여부를 점검한다. 감독관은 법 위반사항을 시정하도록 하거나 행정처분 또는 사법처리를 할 수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 적용대상 사업장 수는 약 169만 개소이며 근로자 수는 1474만 명이다. 하지만 근로감독관의 수는 1074명에 불과하다.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민원 처리 위주 혹은 근로감독관 감에 의해 업무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근로감독 사업장 선정 과학화 사업은 지난 2014년 고용부의 사업장 자료와 신고사건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여기에 근로복지공단의 고용·산재 사업장 정보,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보험 취득 자료, 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지원현황 자료, 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체납 내역, 안전보건공단의 특수 건강진단·작업 환경·기계기구·기술지도 자료 등이 더해졌다. 특정 목적을 갖고 기존 국가와 공공기관 자료를 융합시켜 새로운 의미의 데이터를 도출해낸 것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공공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면계약, 임금체불, 최저임금, 근로시간, 약자보호 등 5대 취약 유형에 대한 종합 취약지수를 도출하고 이를 활용해 반복적으로 위법 행태를 보이는 사업장을 선정, 우선 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분석이란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정형화된 데이터, 그간 데이터 분석 대상이 아니었던 반정형된 데이터, 비정형 데이터 등을 고성능 소프트웨어로 분석해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말한다.

공공 빅데이터란 공공 영역에서 이뤄지는 빅데이터 분석을 의미하며 이는 정부 3.0의 중점 과제 중 하나다.

행자부와 고용부는 근로감독 사업장 선정 과학화 사업에서 근로감독 우선 사업장을 추려내기 위해 정형화된 데이터 여러 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근로감독 사업장 선정 과학화 사업을 통해 도출된 취약지수를 사용한 감독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성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근로감독관들도 이를 반기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 같으면 사업장 방문에서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사례가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 근로감독관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행정상 손실을 많이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8년까지 취약지수 사용률을 5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장 검사의 절반 이상을 취약지수에 바탕을 둬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취약지수를 통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업장 적발률 또한 80%까지 향상시키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3년간 1461억 원의 임금체불 감소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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