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안무가 조세 몽탈보와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산하단체인 국립무용단이 함께 만든 ‘시간의 나이’(사진)는 ‘한국적인 것’을 함부로 치켜세우지 않는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한·프랑스 합작품에 진정 기대해야 할 바는 무엇이었을까. ‘시간의 나이’는 과연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안팎의 시선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다시 돌아보게 한다. 기대와 실제엔 간극이 있다. 몽탈보는 이를 부풀게도 했다가 어느 순간 확 저버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신껏 펼쳐냈다.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 ‘시간의 나이’에는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남자 무용수들은 바지와 셔츠 그리고 가벼운 캔버스화를 신었고 여자 무용수들도 풍성한 한복 치마 대신 허리선이 잘록하게 들어간 원피스를 입었다. 치마를 움켜쥐거나, 발을 디디거나, 손을 뻗치거나 하는 몸짓은 ‘우리 것’을 닮았으나 리듬은 완전히 새롭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한국적인 듯 아닌 듯한’ 춤사위가 빠르게 지나가고 그 뒤를 거대한 스크린이 채운다. 영상 속에선 전통 의상을 입은 무용수가 무대 위 무용수와 똑같은 춤을 춘다. 지나온 시간과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다가올 날들이 한데 버무려져 거대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몽탈보가 본 한국 그리고 한국 춤이다.
첫 장이 한·프랑스 수교 기념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릴 법한 한국에 대한 오마주라면, 둘째 장과 셋째 장은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메시지로 한 발 나아간다. 물론 첫 장이 끝나고 급작스럽게 산업화, 환경오염 등의 심각한 주제로 넘어가기 때문에 다소 당황스럽기도 하다. ‘여행의 기억’이라는 부제 속에 음악은 느려지고 무용수들의 움직임도 ‘괴롭다’. 영상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다큐 ‘휴먼’의 미공개 컷을 사용했는데 다소 난해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몽탈보는 ‘한국적인 것’ 혹은 한국 관객이 ‘듣고 싶어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대범함을 보인다.
마지막 장은 ‘포용’이라는 거대한 인류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라벨의 ‘볼레로’에 맞춰 한국적 ‘흥’을 재해석했다. 한 명의 무용수가 판소리나 사물놀이의 추임새와 같은 흥얼거림을 들려주고 나머지 무용수들은 뭉쳤다가 흩어졌다가, 또 사라지는 듯하다가 다시 하나가 된다. 많은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세 번째 장은, 그래서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돼도 충분할 만큼 잘 다듬어졌다. 세 장 중 가장 현대적이기도 하며 첫 장의 생동감이 정제되어 나온 듯한 인상도 풍긴다. 무엇보다 한국과 프랑스뿐 아니라 ‘어느 세계’에서도 통용될 보편적 메시지와 원초적인 몸짓이 돋보인다. 6월 16일부터 24일까지 파리 샤이요 국립극장에서 프랑스 관객들을 만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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