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처럼, 죽음은 허무하고 쓸쓸하다. 죽음의 본질은 자본과 권력의 유무에 따라 주목을 받는 죽음과 그렇지 않은 죽음으로 등급을 매기는 세상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죽음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한마디 말로 애도하기 어려운 것도 그래서이리라. 그런데 만약 죽음의 문턱을 넘은 그들에게 잠깐이라도 이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실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드라마에서라면 가능하다. SBS 드라마스페셜 ‘돌아와요 아저씨’가 바로 그렇다.

이 드라마는 예고도 없이 찾아온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한된 시간 동안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역송 체험’을 선택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 코미디이다. 현세로의 역송 체험을 선택하는 사람은 두 명이다. 나름대로 괜찮은 인생이라 생각했던 백화점 만년과장 김영수(김인권)와 스스로 잡초 같은 인생이라고 자책하며 살았던 전직 조폭 현직 펍 크눌프 사장 한기탁(김수로)은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천국행 열차에서 탈출, ‘리라이프(Relife)센터’로 돌아와 ‘현세 역송 신청서’를 작성한다.

리라이프센터는 현세 역송을 선택한 두 사람을 관리하는 곳으로, 코디네이터이자 메신저 마야(라미란)의 주 근무지다. 드라마의 판타지가 시작되는 상징적 공간이다. 김영수와 한기탁은 리라이프센터에서 역송 신청서를 작성하고 죽기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현세로 돌아온다. 김영수는 학연이나 배경 없이 오롯이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에 이성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스스로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여하는 슈퍼맨 콤플렉스까지 갖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이성의 시선을 사로잡는 외모를 지녀 모두가 부러워하는 백화점 점장 이해준(정지훈)이 돼 돌아온다. 그리고 촉망받던 복싱선수 출신답게 강력한 주먹을 자랑하면서 폭력조직을 이끌다 개과천선했던 한기탁은 남자 중의 남자에서 빼어난 몸매를 자랑하는 절세미녀 한홍난(오연서)이 돼 자신이 죽기 전 상황을 복기한다.

이해준의 몸으로 현세에 돌아온 김영수는 자신이 근무하던 백화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아내 신다혜(이민정)를 지켜주고, 신원 미상의 한홍난이 된 한기탁은 자신의 인생을 어긋나게 만든 송이연(이하늬)의 곁을 지킨다. 이 과정에서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진실들이 드러나면서 이들은 분노를 느끼고 복수심에 불타오르게 된다.

그러나 판타지라는 극적 설정을 코미디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웃음에 대한 강박이 지나치다는 점이 아쉽다. 우여곡절 끝에 이해준의 신분으로 신다혜의 집에서 하숙을 하면서 벌어지게 될 상황에 대한 상상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풀어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설정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 경우다. 한창 열심히 일할 나이에 과로사로 세상을 떠난 우리 시대의 가장과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중년 남성의 현세 역송 체험을 통해 인생의 뒤안길을 돌아보는 이 드라마의 원작은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淺田次郞)의 장편소설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