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경제 관련 기관들은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전 재정경제부 장관)의 ‘한국판 양적완화’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30일 경제 부처들에 따르면 유일호(사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9일 부산 ‘규제 프리존 현장 방문’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 위원장이 말한 한국판 양적완화는 당론이나 선거 공약이 아니라 개인 소신을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강 위원장의 발언이 집권 여당 내부의 여론을 종합한 뒤에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강 위원장 개인의 ‘소신’ 성격이 강하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은 정치적 독립이라는 존립 근거가 있다”며 “집권 여당이 선거 공약으로 통화 정책을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한은이 선거 공약 차원에서 거론되는 정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으며, 정치권의 공약인 만큼 당장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한은은 중앙은행의 발권력(發券力·돈을 찍어내는 능력)을 남용하면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위원장의 발언이 양적완화를 시행한 일본, 유럽연합(EU), 미국 등의 사례를 비춰볼 때도 지나치게 파격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양적완화를 처음으로 시행한 일본이나 EU, 미국의 사례 모두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제로(0) 또는 제로 수준(0∼0.25%)’으로 낮춘 뒤 양적완화에 나섰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기준금리가 1.50%인 상황에서 양적완화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강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미적거리니까 새누리당에서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강 위원장의 발언을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등 전통적인 정책뿐만 아니라 비전통적인 통화 정책도 과감하게 구사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상황이 이 정도로 악화하기 전에 대책을 내놨어야 했는데, 시기가 늦어지면서 더욱 강한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