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환 실패땐 유동성 위기
발행 규모 1년새 30% ↓


대내외 악재로 회사채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채 발행 절벽’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비우량 회사채 물량이 11조 원에 달해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HMC투자증권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국내 기업들의 일반 회사채 발행 규모는 9조2750억 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조1480억 원 대비 34.44%나 줄어든 수치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국내 회사채시장은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다. 지난 1월 회사채 발행 규모는 3조8020억 원을 기록, 지난해 동기(3조5860억 원)보다 많았다. 하지만 2월 들어 발행 규모가 3조3510억 원으로 줄었고, 3월에는 대폭 감소해 2조122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요 예측에서 미매각도 속출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달 진행한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수요 예측에서는 1380억 원어치가 미매각됐다. SKC(200억 원), 한화케미칼(130억 원), 한솔제지(80억 원), 한라홀딩스(80억 원) 등도 미매각을 나타냈다. 문제는 회사채 수요 예측 미매각이 3월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달 들어 회사채 수요예측 자체가 줄어든 가운데 미매각이 속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회사채 만기 때 차환(借換·만기 채권을 갚기 위해 새 채권을 발행) 등에 실패할 경우 부실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은 총 41조4050억 원어치다. 이 중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는 10조9250억 원으로 전체 물량의 26.39%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A등급 이하 회사채는 조선과 해운, 건설, 철강 등 실적 내림세가 지속하고 있는 취약 업종이 대부분이어서 신규로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신용등급 강등 기업이 잇따르고 있는 점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근까지 두산그룹 계열사와 한진해운 등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9개사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진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내외 악재로 우량 등급이었던 회사채들이 순식간에 투기등급까지 떨어지면서 회사채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높아진 상태”라며 “글로벌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회사채시장이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장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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