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서 랩 배틀 도전
“내가 지옥에 빠진 거다.”
여든을 눈앞에 둔 배우 김영옥(79)은 힙합 뮤지션에 도전하게 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종합편성채널 JTBC의 새 예능프로그램 ‘힙합의 민족’(연출 송광종)에서 ‘래퍼’로 변신한다. 국악인 김영임, 배우 양희경, 이경진, 문희경 등 평균 나이 65세인 여성 출연진 8인이 유명 힙합 프로듀서의 지도를 받은 후 매주 ‘랩 배틀’을 벌인다. “두 달간 거절하다가 PD의 감언이설에 속아 출연했다”는 김영옥은 “PD가 ‘놀다 가는 기분으로 하라’고 했는데 내가 지금 살이 빠질 정도로 훈련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등장한 김영옥의 모습에서는 힙합의 향기가 솔솔 풍겼다. 큼직한 선글라스에 분홍색 모자, 화려한 장신구로 멋을 낸 김영옥은 스왜그(힙합 뮤지션 특유의 잘난 척하거나 으스대는 동작) 넘치는 몸짓으로 리듬을 타며 분위기를 즐겼다. 그는 “랩은 흥얼거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잘 모르겠고 겁난다”며 “프로들의 랩을 보며 감탄을 한다”고 했지만, 진지한 모습을 보이며 ‘할미넴’(할머니+에미넴)이라 불리기도 했다.
45년간 국악 외길을 걸어온 김영임의 도전도 이채롭다. 그는 “우리 소리와 힙합은 극과 극이고 뭔가 섞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판소리에도 랩 같은 모양새를 갖춘 소리가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국악하는 김영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포부를 밝혔다.
출연진 중 막내는 51세 문희경이다. 지금은 배우로 활동하고 있지만 1987년 ‘강변가요제’ 대상 출신으로 얼마 전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빼어난 가창력을 뽐냈던 문희경은 ‘힙합의 민족’을 통해 못다 이룬 가수의 꿈을 다시 펼친다. 그는 “힙합은 내게 너무 어려운 장르지만, 연습할수록 나아지는 내 모습을 보고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힙합의 민족’은 1일 오후 9시 40분 처음 방송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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