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영동포동 쪽방촌의 한 독거노인이 비좁은 자신의 방에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화일보가 17개 시·도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한 결과 이들은 질병과 빈곤, 외로움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서울 영등포구 영동포동 쪽방촌의 한 독거노인이 비좁은 자신의 방에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화일보가 17개 시·도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한 결과 이들은 질병과 빈곤, 외로움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⑪ ‘고독사’ 내몰리는 독거노인 실태

문화일보 심층 면접조사

月평균 생활비는 58만원
대부분 정부 보조금 의존

돈이 없어 가장 힘들 때는
의료비 부족·추위·배고픔
절반 정도는 응급상황 때
자녀 아닌 119 등에 연락

작년 무연고 사망 1245명
그중에 60대 이상이 44%


홀로 사는 노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질병과 빈곤, 외로움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특히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질병 등 건강문제’를, 금전과 관련한 최대 애로사항으로 ‘의료비 부족’을 각각 꼽았다. 고독사 위험 또한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국의 1인 가구 523만202가구 가운데 ‘65세 이상’ 1인 가구는 144만2544가구로 전체의 25%가량이다.

문화일보가 최근 17개 시도별로 1∼2명씩 모두 24명(남 9, 여 15)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 조사를 한 결과 월평균 생활비(용돈 포함)는 58만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100만 원, 인천 90만 원 등 수도권 대도시가 많은 편이고, 충남 25만 원, 세종 27만5000원 등이 가장 적은 편에 속하는 등 지역적 편차는 꽤 있었다.

생활비를 조달하는 방법(복수응답)으로는 정부 보조금(14명), 연금·저축(14명), 가족 등 지원(7명) 등으로 생활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유일한 수입원이 ‘정부 보조금’이라는 응답이 5명이나 됐고, 날품·폐지 수집 등으로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경우도 5명에 달했다. 이들이 스스로 버는 돈은 월 10만 원, 20만 원, 40만 원, 50만 원, 100만 원으로 다양했다. 조사 대상 중 주거 형태는 자가 또는 자녀 명의 12명, 전세·월세 10명, 무상 임차 2명이었다.

많이 아프거나 응급상황에 처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상대를 묻는 질문에는 자녀(13명)가 가장 많았으나 119나 읍·면·동사무소 등 기관이 6명, 이웃 2명, 요양보호사 또는 종교단체 2명 등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중 자녀가 없는 사람이 4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위급상황 시에도 자녀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사 대상 중 자녀 셋을 둔 사람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녀 둘은 5명, 자녀 하나는 3명, 자녀 다섯도 3명, 자녀 넷은 2명이었다.

자녀가 있는 경우 어떤 주기로 만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 달에 1∼4회가 9명, 1년에 1∼5회가 7명이었고 ‘거의 안 만난다’는 응답도 4명이나 됐다.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복수응답)은 ‘질병 등 건강문제’(13명)가 가장 많았고, ‘외로움’(7명), ‘금전 부족으로 인한 생활고’(6명)가 뒤를 이었다. 질병과 빈곤, 외로움 등이 독거노인들이 처한 현실을 말해주는 3대 키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특히 돈이 없을 때 가장 힘든 경우에 대해 절반 이상(13명)이 ‘의료비가 부족할 때’라고 답했고 ‘추위’(3명), ‘배고픔’(2명) 등을 호소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세종시의 A(72) 씨는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B(73) 씨는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정서적 활동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산의 C(여·80) 씨와 광주의 D(여·84) 씨는 “독거노인들은 지어진 지 40∼50년 된 오래된 집에 사는 경우가 많다. 주택 보수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충북의 E(여·67) 씨는 “의료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밖에 보조금 증액, 시장 볼 때 차량 지원, 주간 노인 보호시설 확대, 장기요양 혜택 그룹홈 신설, 경로당 기능 강화 등의 요구도 있었다. 조사대상 중 1명만 “노인들에 대한 복지혜택이 늘어나면 자녀들이 힘겨워진다”며 정부 보조금 인상을 반대했다.

독거노인들이 고령인 데다 건강에 대한 자신이 없다 보니 고독사 위험도 상존한다. 김춘진(더불어민주당, 고창·부안)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시도별·연령대별·성별 무연고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총 1245명으로, 2014년 무연고 사망자 1008명에 비해 23.5%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60대(60∼69세) 282명(22.7%), 70세 이상 267명(21.4%)으로 60세 이상이 44.1%를 차지했다.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30.9%(385명)로 집계됐다. 2014년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는 301명이었다.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고독사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1월 3일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주택에서 홀로 살던 한 여성(80)이 숨진 지 사흘 만에 외손자(34)에 의해 발견됐다. 이 여성은 월세방에서 지내오면서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보일러도 틀지 않고 전기장판에만 의지해 추위를 버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역에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 김모(여·54) 씨는 “80대 이상 독거노인의 경우 자녀들도 60대 이상인 경우가 많아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자녀에게 도움을 청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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