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들은 어떤 화장품 쓰세요?”

비행을 하다 보면 면세품 판매 시 고객들로부터 승무원들은 어떤 화장품을 사용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면세품 책자를 펼쳐 놓고 승무원들은 다들 왜 그렇게 피부가 좋으냐며 추천해 달라고 빤히 바라보실 때면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니다. 면세품 중에는 효과가 우수한 화장품들이 많이 있지만, 승무원마다 각자 자기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쓰기 때문이다. 사실 좋은 피부를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은 화장품이 아니다.

비행 중 기내에서 좋은 피부를 유지하려면 우선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화장실 가기 귀찮다고 물을 조금만 마시는 고객도 있지만, 장시간 비행하는 경우 혈액순환에 문제가 올 수도 있고 피부도 건조해지기 때문에 물이 아니더라도 음료를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추가로 팩을 하거나 수분 크림을 듬뿍 발라주면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촉촉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승무원 대부분은 매번 비행 시작에 앞서 물을 한 잔씩 마시고 비행 중에도 수시로 서로 물을 따라주며 마신다. 화장한 얼굴 위에 팩을 하거나 크림을 바를 수는 없으므로 얼굴에 미스트(수분 스프레이)를 뿌리고 건조함을 느끼는 부위에만 살짝 크림을 발라 주기도 한다. 촉촉함을 유지할 수 있는 쿠션 파운데이션을 사용해 화장을 고치기도 한다. 그래서 고객들이 보기에는 늘 얼굴이 촉촉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승무원이라고 다 피부가 좋은 것은 아니다. 꾸준한 관리를 하므로 좋은 피부를 유지하는 것이고 종종 피부에 문제가 생겨 고생하는 동료도 많다. 그럼에도 승무원들의 피부가 좋아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밝은 표정 때문이 아닐까 싶다. 늘 웃고 긍정적인 답을 하고 상냥한 모습 자체가 예뻐 보여서 피부도 좋아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승무원이라고 해서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통통할 줄 알았던 볼살이 꺼지고 웃을 때뿐 아니라 무표정할 때도 피부에 주름이 보이는 것을 보고 나 역시 젊은 날이 지나갔음을 알았다. 청춘을 추억해야 하는 시기가 왔지만 그렇다고 인생이 끝난 것도 아니고 젊음이 사라져 버린 것도 아니다. 여행을 다녀왔다고 지도에서 여행지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 것처럼 젊음은 사진 속에, 내 기억 속에 그리고 내 삶 속에 있다. 그래서 늙었다고 꼭 비싸고 좋은 화장품을 쓸 필요는 없다. 좀 더 자신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고 건강을 유지하면 피부도 건강해진다. 웃을 수 있을 때 되도록 크게 웃고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은 얼굴에서 빛이 난다. 내면의 밝음은 눈빛을 통해, 낯빛을 통해 드러나기 마련이다.

오늘도 고객들은 나를 미소 짓게 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나를 미소 짓게 해 주는 보답으로 나 역시 고객들이 즐거운 비행을 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한다. 진정 즐거워서 나오는 미소, 그것이 나와 내 동료들에게 최고의 화장품이라고 생각한다.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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