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우울증을 앓는 여성이 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왜 여성들은 봄을 ‘탈까’. 뻔하지만, 날씨 탓이다. 일조량의 증가가 뇌에 영향을 주고, 호르몬의 불균형을 일으켜 기분이 오락가락한다는 것. 책은 이렇게 날씨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 감각과 감수성에 초점을 맞췄다. 봄은 여자의 계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표현하는 것 또한 한국인이 날씨를 자각하는 방식을 말해 준다. 비, 햇빛, 바람, 눈, 안개, 뇌우와 기쁨, 슬픔, 즐거움, 혐오, 우울, 공포, 불안, 권태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프랑스의 역사학자 알랭 코르뱅을 필두로 지리학·사회학·기상학·문학 등의 전문가들이 날씨에 따른 감정의 발자취를 탐색한다.
비 오는 날은 ‘궂은 날씨’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빗소리를 감미롭게 받아들이고,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비를 ‘사랑한’ 대표적인 인물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그는 ‘월든’에서 “그것이 식물에 좋다면 나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했다. 월트 휘트먼(1819∼1892)도 유명한 시 ‘빗소리’에서 “나는 지구의 메마름과 미물들, 그리고 먼지를 적시려 내려온다오/나 없이는 모든 것이 미생의 숨어있는 씨앗일 뿐”이라고 비를 찬미했다. 정치사적으로는 다르게 인식됐다. ‘시민왕’ 루이 필리프 1세는 1831년 메츠를 방문했을 때, 도열한 병사들이 비를 맞고 있자 “모든 프랑스 국민은 자연의 법칙(비) 앞에 평등하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망토를 쓰지 않고, 함께 비를 맞기도 했다.
‘좋은 날씨’의 대명사인 해는 어떨까. 책에 따르면 1793년, 1803년, 1811년 유럽에 불어닥친 불볕더위는 햇빛에 대한 혐오를 만들기도 했지만 학자들 사이에서 하늘의 풍경에 관한 감성적 사고가 증대됐고, 자연신학을 중심으로 태양은 ‘환희’ 그 자체로 여겨지기도 했다. 플뢰슈(1688∼1761) 신부는 ‘자연의 장관’에서 “모든 것을 감싸는 그 빛은 우리를 미의 근원에까지 끌어올린다”고 고백했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생명력·욕망·건강의 상징으로 당당히 자리 잡아 다양한 광고 이미지에 등장하게 된다.
눈은 음료를 차갑게 하는 실용적 수단이면서 화폭에 담기는 예술이었으며, 눈을 밟는 것은 스키 등 동계 스포츠를 탄생시킬 만큼 원초적 즐거움을 주었다. 안개는 불길하고 해로운 것,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것으로 여겨져 동화나 추리소설, 공상과학소설 작가는 물론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오스카 와일드(1854∼1900)는 안개에 대해 “세상만사를 탄생시킨다”고까지 했다. 뇌우는 오랫동안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이 시도됐고, 이후 사회적·정치적 격변의 은유로 쓰였다.
책은 18∼20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 각국의 사례를 두루 다루고, 시, 소설, 수필 등 문학 작품 속 날씨 관련 묘사를 찾아내 분석하기 때문에 쉽고 흥미롭다. 유명 화가의 그림 등 다채로운 시각자료가 ‘날씨의 맛’을 더욱 정교하게 느끼게 해준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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