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법조인으로 살아온 민일영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은 사법고시 존치, 상고법원 도입 문제 등 법조계 화두에 대해 묻자 “이제 퇴직했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 입장에서 답변하겠다”고 했다. 개인 의견을 전제로 한 그의 답변은 단호했다.
―여전히 사법고시 존치 문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모든 제도라는 게 하루아침에 정착되지 않는다. 느닷없이 원위치시키면 또 혼란만 오고 국가 정책의 신뢰가 무너진다. 국가 정책은 일관성 있고 일정한 방향으로 가야지 조변석개(朝變夕改) 식으로 하면 국민이 국가 정책을 못 믿게 된다. 어느 제도나 부작용이 없는 것은 없다.”
―대법관은 퇴임 후에도 공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시각과 전관예우를 이유로 변호사 개업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데.
“풀기 어려운 문제다. 공직자윤리위와도 상관이 있는데, 법에서 금지하는 것은 당연히 안 된다. 법에서 금지를 안 하는데도 불구하고 변호사회에서 임의로 금지한다면 그건 위법이다. 공직자윤리위도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규정 외로 제한을 하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 정서상 대법관을 하고 난 뒤 변호사 하는 게 과연 옳으냐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변호사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면 그런 시각이 맞다. 그런데 돈벌이 수단으로만 본다면 너무 변호사라는 직업을 폄하하는 것 같다. 국선 변호사가 업무 성공보수를 받으면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변호사 업무가 단순 돈벌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판례가 나갈 수 없었다.”
―상고법원 도입 논란에 대한 견해는.
“대법관 경험으로 보면, 정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상고제한을 안 하고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소위 선진 사법제도 도입국 가운데 거의 없다. 우리나라가 상고제한을 안 하는 건 터무니없다. 대법관 12명이 1년에 4만 건을 처리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대법원에서 이 문제를 풀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법안을 제출했지만 번번이 국회에서 좌절됐다. 비유컨대 서울대병원에서 수많은 감기 환자를 볼 필요가 없다. 동네병원에서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법조계는 감기 환자가 다 서울대병원을 가도록 내버려두는 식인가.”
―상고법원이 4심제라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그건 아니다. 사실 심급이 3심, 4심, 5심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머릿속에는 삼세 번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면 4심이다. 파기환송하면 5심, 7심까지 될 수 있는데 그건 초점이 어긋난 것이다. 상고법원에 보낼 사건을 대법원에서 정하게 된다. 도대체 왜 그런 반론을 위한 반론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지방변호사회 중 변호사 수가 제일 많은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상고법원을 공개적으로 찬성했는데,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반대했다. 변호사 사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사안이다.”
―형사사건 성공보수 제도를 ‘너무 창피한 일’이라고 하셨는데 유독 일본은 왜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지.
“일본은 뭐 하나를 고치는 데 정말 오래 걸린다. 독특한 사회다. 아무튼 성공보수는 정말 창피한 이야기였다. 당시 제가 강력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명국가에서 그걸 인정한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었다. 더 이상의 창피를 면하자고 제가 과감히 칼을 뽑았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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