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호철이 6·25전쟁 때 국군을 피해 3일간 숨어지냈던 강원 양양군 서면 수리 뒷산 ‘큰바위’ 앞에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소설가 이호철이 6·25전쟁 때 국군을 피해 3일간 숨어지냈던 강원 양양군 서면 수리 뒷산 ‘큰바위’ 앞에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소설가 이호철(84)은 6·25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경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대표적 분단작가다. 1932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무렵 터진 6·25전쟁으로 인민군에 끌려갔다가 국군 포로로 잡혔다. 풀려난 뒤에는 고향 집에 머물다가 흥남철수 직전 부산으로 내려왔다. 피란 시절 부두 노동자, 제면소 직공, 미군 부대 경비원 등 직업을 전전했다.

1955년 소설가 황순원의 추천으로 ‘문학예술’에 실린 첫 단편 ‘탈향’이 주목받으면서 그는 전업 작가의 길을 걸었다. 부산 피란생활을 기록한 일기가 바탕이 된 작품이었다. 이후 60여 년 동안 ‘나상’ ‘서울은 만원이다’ ‘악마의 덫’ ‘판문점’ 등 250여 편에 달하는 장·단편을 냈고 대한민국예술원상, 대산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주요문학상을 거머쥐었다. 그의 소설은 해외 10여 개국에 번역돼 2004년 독일 예나대학 프리드리히 실러 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1970∼1980년대 사회적 활동도 활발히 펼쳤다. 재야민주화운동에 참여해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과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고, 1985년에는 한국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회 대표를 지냈다.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따라다녔지만,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것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녘사람 북녘사람’은 그가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는 작품이다. ‘이호철’하면 주로 장편 ‘소시민’을 떠올리지만, 그는 ‘남녘사람 북녘사람’이야말로 소설 쓰기에 가장 무르익었던 나이인 53∼65세에 써낸 것이라고 말한다. ‘남에서 온 사람들’ ‘칠흑 어둠 속 질주’ ‘변혁 속의 사람들’ ‘헌병 소사’ ‘남녘사람, 북녘사람’ 등 5편의 연작으로 구성돼 있다. 6·25전쟁 포로 체험과 함께 1980∼1990년대 남북 관계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잘 살필 수 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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