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브러쉬가 진행한 아동학대 관련 캠페인 ‘영웅’. 신고전화로 아이들의 영웅이 되어달라는 내용을 담고있다.  힐링브러쉬 제공
힐링브러쉬가 진행한 아동학대 관련 캠페인 ‘영웅’. 신고전화로 아이들의 영웅이 되어달라는 내용을 담고있다. 힐링브러쉬 제공
강원 동해시와 동해경찰서가 지난 3월 29일 동해 종합운동장 광장에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동해시와 동해경찰서가 지난 3월 29일 동해 종합운동장 광장에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영유아·학령기 등 자녀 생애주기 맞춰 ‘부모 교육’
예방 未접종·결석 빅데이터로 ‘학대 의심’ 찾아내


정부가 연일 쏟아지는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동학대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예방과 조기발견, 신속대응 등 선순환을 그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완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아동학대 대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아동학대 사건이 나타날 때마다 꾸준히 발표됐지만, 아동학대 사건은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대책이 과연 이번에는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세부 내용과 한계점·개선방향 등에 대해 점검해봤다.

1 새 아동학대방지대책 핵심내용은

아동학대를 사전에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면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지난 3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서 아동의 연령과 특성별로 위기 아동을 사전에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영아, 유아, 보육시설 이용 아동, 초·중·고등학생 등 대상별로 위기 아동 발굴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조기 발굴이 힘든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의 위기가정 보육 정보, 교육부의 학생 정보 등 각 부처 행정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시적으로 아동학대를 찾아내는 ‘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또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부모와 아동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아동학대를 목격하면 의무신고해야 하는 의무신고자 범위도 확대한다.

2 종합대책이 새로 마련된 이유는

2013년 8월 울산 계모 초등생 구타 사망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범정부 아동학대 종합대책을 추진해 이듬해 2월에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 아동 조기발견·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2015년 12월 인천 16㎏ 초등생 감금 학대 및 탈출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일제점검이 시작되면서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정부의 아동학대 예방 대책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올해 1월 경기 부천에서 친부모가 아동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냉동 보관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후 부모·가족 등에 의한 상습폭행·사망 등 아동학대 사건이 계속되면서 전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곧 정부는 기존 종합대책에 대한 재점검에 들어갔고, 범정부 ‘아동학대 대책 추진협의회’가 설치돼 지난 3월 29일 새로운 내용의 범정부 종합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3 우리나라 아동학대 얼마나 심각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판정 건수는 1만1709건으로 전년(1만27건)보다 16.8%나 증가했다. 이는 5년 전인 2010년(5657건)에 비해서 2.1배나 급증한 수치다. 이는 아동학대 신고전화를 112로 통합하는 등 신고의무가 강화돼 아동학대 발견율이 크게 증가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조차도 실제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보다는 크게 적은 수치라는 분석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아동학대 사건 10건 중 8건은 가해자가 부모인 탓에 보호자가 학대 사실을 숨기게 되면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아동학대는 밝혀진 사건의 5배에 이른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다. 정부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제도를 강화하고 신고의무 고지 교육을 하지만,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율도 미흡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비율은 29.3%로 미국(58.3%), 호주(73.3%), 일본(68.0%)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

4 새 대책이 기존대책과 다른점은

정부의 새로운 대책은 아동학대 ‘신고’ 중심이었던 기존 대책을 강화하면서 ‘예방’과 ‘조기발견’을 추가했다. 이를 위해 양육에 대한 생애주기별 부모교육을 강화하고 아동학대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을 중장기 계획하에 체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신고가 미흡한 것은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결혼 전(학생, 군인, 예비부부) △임신·출산기 △자녀 영유아 △자녀 학령기 등으로 생애주기를 구분해 부모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아동도 스스로 학대 등을 인식해 신고할 수 있도록 아동권리와 아동학대 예방 교육도 강화한다.

또 학대 사건이 발견되는 것은 대부분 상담과 신고접수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을 보완하기 위해 복지부의 건강보험자료, 교육부의 학생기록부 등 각 부처 행정 빅데이터를 통해 아동학대 의심군을 찾아서 확인하는 방법도 새로 도입됐다.

5 빅데이터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나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아동학대 신고보다 폭넓은 학대 의심 대상자를 찾아낼 수 있다. 영아의 경우 시기별로 국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필수 예방접종 정보를 확인, 접종하지 않은 영아에 대해 사실확인에 들어가면서 아동안전을 확인한다. 또 건강보험정보에 분만기록이 있는데도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를 발굴하는 체계도 구축한다. 또 예방접종 등 의료기록이 없는 4~6세 아동에 대해서는 양육수당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 신청을 권고하고 가정 방문 등을 통해 아동 안전을 확인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초·중·고교생의 경우 입학연기, 미취학, 무단결석, 전학 등의 상황별로 학생의 소재파악에 나서는 전담기구가 설치된다. 정부는 이러한 진료정보, 양육수당 등 사회서비스 신청 정보를 상시 활용하기 위해 ‘위기 아동 발굴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6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대책은

이번 대책에는 학대 피해 아동의 보호지원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복지부는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별로 ‘대형병원 학대아동보호팀’과 업무 협약을 통해 중증 피해 아동에게 전문의료·심리 치료를 지원한다. 또 가정복귀 절차도 강화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아동복지시설장으로 다원화돼 있는 시설 퇴소 결정 권한을 지자체장으로 일원화했다. 또 쉼터에서 지내던 학대피해 아동이 가정에 복귀해야 할 상황인데 복귀가 어려울 경우 돌봄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민간 가정이 참여하는 일반가정위탁제도도 활성화된다. 또 장애아동, 다문화아동 등 맞춤형 보호·치료가 필요한 아동에 대한 전문가정위탁제도도 도입이 검토된다.

7 학대 가해자는 어떻게 되나

법무부는 죄질이 불량한 경우 적극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아동학대처벌법의 가중처벌 규정을 활용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아동학대범죄 사건처리기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유형별로 사건유형 및 정보를 분석해 구속·구형기준과 조건부 기소유예 등의 강화된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또 아동학대 중상해, 상습범 등 죄질이 나쁜 아동학대 사범에 대해 강화된 양형 수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대법원에 협조 요청도 보냈다. 아동학대 전력자에 대해 아동 관련 시설 취업을 10년간 제한하며, 이를 지키지 않은 기관에 과태료도 부과한다. 또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 및 심리적 치료 등도 의무화한다.

8 부족한 아동보호 대응 인력은

정부는 아동학대 관련 확인·조사 등 발굴체계와 사후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 학대 아동 쉼터 등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아동보호 인력의 경우 우리나라는 1인당 동시 관리하는 사례가 60건에 달해, 15건 수준인 미국에 비해 크게 많다. 이러다 보니 아동학대가 의심돼도 현장 확인 등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아동학대 근절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 확충 계획을 예산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에 앞서 학대 판정과 사례관리 등은 공공기관에서 담당하고, 민간기관은 상담과 지원 등의 역할분담을 통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인프라를 운영키로 했다. 또 정부는 올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을 2~3곳 정도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 총 55개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근무 중인 800여 명의 인력에 더해 100명 정도 증원하도록 협의하고 있다.

9 이번 대책의 한계점은

예산과 인력 등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지원책이 빠져있어 효과가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부모교육 등 생애주기별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인 데다 인센티브도 없어 제대로 진행될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특히 맞벌이 부부 등을 비롯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모들은 교육에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민간에 권고하거나 유도하는 방식이어서 부모교육의 콘텐츠 문제도 해결사항이다.

또 아동보호전문기관 확대도 언급돼 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예산계획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대책은 이전에도 많았는데 실제 실행이 안 돼 문제였다”며 “대책이 실효성을 갖도록 예산과 인프라가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0 대책 성공 가능성은

정부가 발표한 대책이 제대로 실행될지가 포인트다. 정부는 이번 합동점검 및 조사가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도록 총력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또 합동점검 및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전반적인 평가를 통해 모든 제도가 상시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위기아동 보호지원체계’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번에 구성된 ‘범부처 아동학대대책추진협의회’가 각 과제별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추가 대책이 필요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녀에 대한 체벌을 훈육으로 인식하는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국민들이 벗어나야 한다는 것.

또 아동학대는 범죄행위이며, 주변에서 발생했다면 남의 일이라고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아동학대가 줄어들 수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이용권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