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앞서 스타일을 미리 제안하는 패션쇼. 이는 단순히 옷을 선보이기 위한 자리만은 아니다. ‘앞선다’는 건 이끈다는 의미. 10∼15분에 불과한 런웨이는 문화계 전반의 가장 ‘핫’한 트렌드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통로다. 지난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와 문래동 대선제분공장 등지에서 펼쳐진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읽을 수 있는 새로운 경향은 무엇일까. 바로 ‘브로맨스’와 ‘시로맨스’다.
각각 브라더(Brother)와 시스터(Sister)를 로맨스(Romance)와 결합한 신조어로, 동성끼리의 우정과 동료애, 그리고 애틋한 감정이나 관계를 드러낸다. 최근 방송, 공연, 패션 등 대중들은 ‘남+남’ 혹은 ‘여+여’가 일으키는 케미(화학작용)에 푹 빠져있다. ‘브로맨스’와 ‘시로맨스’가 가장 도드라졌던 현장을 다녀왔다. 지난 3월 25일 DDP에서 열린 고태용 디자이너의 ‘비욘드 클로젯’과 앞서 24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SK네트웍스의 ‘SJYP’패션쇼다.
◇비욘드 클로젯… 서울의 밤, 그리고 남자들 = 2008년 론칭 후 K-팝 스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거듭난 고태용 디자이너의 ‘비욘드 클로젯’. 2016 F/W(가을·겨울) 시즌의 주제는 ‘서울 젊은이들의 문화, 유스컬처(Youth Culture)로, 남자들의 진한 우정’을 ‘브로맨스(Bromance)’라는 키워드를 이용해 런웨이 위에 형상화했다. 같은 듯 다르게 차려입은 두 남성 모델이 동시에 ‘캣워크’를 하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남+남’ 트윈 룩을 제안했다. 쇼 장을 가득 채운 해외 바이어들과 패션 관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스트라이프 굵기가 다른 슈트를 입었으나, 쌍둥이처럼 똑같은 베레모와 구두로 동질성을 유지하거나, 같은 패턴이지만 서로 다른 디자인의 재킷과 점퍼로 조금씩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가죽 재킷을 똑같이 맞춰 입은 트윈은 한 팀을 이룬 아이돌 그룹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는 고태용 디자이너가 추구해온 남자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그려낸 것으로, 친구나 형제, 동료와 같은 남자들끼리의 긴밀한 감정들을 감각적이고 다채로운 프린트와 패턴 속에 담았다. 유쾌한 남성미가 느껴진다. 샴페인 병 등 다양한 소품들이 근사한 라운지 바에서 서울의 밤을 즐기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소년 같은 남성상에서 한 층 더 성숙한 남자로의 전환이다. 론칭 10주년을 앞둔 브랜드가 ‘또 다른 문’을 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SJYP…외출에 대한 기분 좋은 상상 = 지난해 SK네트웍스가 인수한 부부 디자이너 스티브제이앤요니피(스티브J&요니P)의 새로운 데님 레이블 SJYP는 반년 후가 아니라, 쇼가 끝나자마자 전국 매장에 출시되는 2016 S/S(봄·여름) 의상들로 이번 서울컬렉션에 참여했다. 모든 정보가 즉각 공개되는 SNS 시대에 더 이상 6개월이라는 기다림이 의미 없다는 것. 최근 해외 브랜드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는, 파격적인 행보다.
지난 3월 24일 그랜드하얏트 테니스 코트에서 진행된 이번 쇼는 운동, 놀이터, 테니스 코트, 산책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주말에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외출에 대한 상상을 런웨이 위에 펼쳐놓았다. 데님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어떤 식으로든 ‘케미’를 일으키는 SJYP의 의상들은 급기야 2인 3각 경기를 하듯 하나의 옷을 함께 입고 등장한 여성 모델을 통해 ‘시로맨스’를 극대화 시켰다. 이번 런웨이는 ‘여+여’ 트윈 룩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팁이 제안됐다. 디자인은 달라도, 가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레터링으로 포인트를 맞추거나, 소재나 컬러를 동일하게 맞춰 입을 수도 있다. 혹은 같은 디자인에 하의 길이만을 다르게 하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SJYP는 셀프리지, 리버티, 하비니콜스 등 영국 3대 백화점에 모두 입점한 유일한 한국 브랜드로, 이날 런웨이 현장에는 정려원, 티파니, 보라, 최강희, 이성경, 유빈, 이다희 등 스타들이 대거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박동미 기자 pdm@ munhwa.com
사진=비욘드 클로젯·SJYP 제공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