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르신들에게 한방 침을 비롯해 탕약과 ‘부황’ 등 무료 진료를 실시했다.
서로 헷갈리기 쉬운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부황과 부항인데요. ‘부황(浮黃)’은 한자 뜻 그대로 오래 굶주려 살가죽이 들떠서 붓고 누렇게 되는 병(=부황병)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두 인용문의 ‘부황’은 ‘부항(附缸)’으로 써야 합니다.
부항은 부항단지에 불을 넣어 공기를 희박하게 만든 다음 부스럼 자리에 붙여 부스럼의 고름이나 독혈을 빨아내는 일을 뜻하지요. 주로 부항을 뜬다고 표현합니다. 요즘엔 피를 뽑기보다는 요통이나 어깨 결림 등을 완화하기 위해 한의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 할 수 있을 만큼 일반화됐지요.
운동선수들이 근육통 등 통증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열정을 칭찬할 때 ‘부상 투혼’이란 말을 주로 쓰는데요. 부항 자국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몸으로 경기에 출전한다면 ‘부황 투혼’이 아니라 ‘부항 투혼’이라고 써야 하지요. 가끔 지구 반대편 소식을 전하는 언론 보도에서 기아로 부황(병)이 난 아이들을 볼 때에야 그 단어의 존재를 아프게 느낍니다.
운동경기를 보다 보면 부항 자국이 선연한 선수뿐만 아니라 테이핑을 한 선수들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부상을 입은 몸으로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체조선수, 무릎 통증에도 경기에 나가 소속팀을 벼랑 끝에서 탈출시킨 배구선수 등 ‘부상 투혼’을 발휘하는 선수가 많습니다.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팀과 조직을 위한다는 사명감이 더해질 때 우리 몸과 마음은 거기에 부응하듯 더 큰 능력을 발휘합니다. 그게 바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그렇게 자신의 전부를 기꺼이 불사르는 사람들에게는 부상 투혼이나 불굴의 투혼 등의 찬사가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