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호 사진 관리 비상’. 이태 전 8월 26일 자 문화일보의 한 기사 제목이다. 북한에서 ‘1호’는 제1인자를 가리킨다. 폐지 수매소에서 노동신문이 무더기로 발견돼 당국이 대대적인 수색을 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는 내용이다. 그 신문에 김정은 사진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1호 사진이 실린 신문은 절대 폐지로 수매하지 말고 당에 반납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는 후일담까지 소개돼 있다.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 때 북쪽 여성 응원단이 김정일 초상이 비에 젖는다면서 울며 플래카드를 떼어 내리던 장면이 오버랩된다. 사진이 뭐길래….
흔히 사진을 빛의 예술이라고 한다. 사진을 가리키는 영어 포토그래피(photography)의 어원이 잘 설명해준다. 그리스어 포스(phos·빛)와 그라페인(graphein·그리다)의 합성어가 포토그래피, 곧 빛의 그림이다. 독일 출신의 영국 천문학자 존 F W 허셜 경이 1839년 8월 19일 즈음에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반면 ‘사진(寫眞)’이란 용어는 1408년 조선 태종실록에도 나온다. “신주(神主)로 혼을 모시는 것은 예경(禮經)에도 실려 있지만, 사진으로 제사를 모시는 것은 후세의 일”이라고 예조에서 국왕께 보고하는 대목이다. 사진이란 말이 훨씬 전부터 사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사진은 붓으로 그린 초상, 곧 영정(影幀)이다. 국왕의 초상은 어사진(御寫眞)·어진이라고 했다. 요즘 말로 하면 임금님 존영(尊影)이다.
사진은 시간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런 나머지 주인공이 사람, 특히 요인(要人)인 경우 화제가 되고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번 총선판에 난데없는 ‘존영’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사진을 사진이라고 하지 않고 존영이라고 한다’면서 지금이 왕조시대냐고 힐문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대통령 존영’ 비난은 쟁점이 틀렸다. 존영을 돌려달라거나 그것을 내걸고 표(票)를 얻어 보겠다는 발상은 정치적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존영이란 용어 사용 자체에 비난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존영이란 ‘남의 사진이나 화상 따위를 높여 이르는 말’ 아닌가. 그러니 남의 사진을 높여 존영이라고 하는 것은,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든 자신의 사진을 지칭하지 않는 한 어법(語法)에 어긋남이 없다. 아니, 바른 화법이다.
옹졸한 ‘존영 논란’에 위태로운 나라 살릴 청사진은 간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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