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선거관심 유도 ‘역할’ 재정립 필요 <끝>

언론이 정치무관심 증폭 한몫
정치게임의 場 조성 동조 말고
흥미 자극하는 뉴스 자제해야

정책나열보다 차이 비교하고
후보자 강·약점 알려주는 등
유용한 정보로 선택 도와야

국민목소리 되도록 많이 다뤄
사회곳곳 ‘한숨’ 정치인에 전해
해결방안 함께 고민하게 해야


‘한숨’이라는 ‘힐링송’이 3월 대세였다. 가수 이하이의 역량과 스타성, 대형 기획사 YG의 적절한 마케팅 작품이다. 한편으로는 한숨 나오는 일이 많지만 아무도 위로해 주지 못하는 우리 삶이 이 곡의 인기에 반영된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남들 눈엔 힘 빠지는 한숨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나는 알고 있죠.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다는 것’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위로해 주지 못하는 이 사회. 가수는 노랫말처럼 우리를 위로하고 공감의 힘으로 보듬어준다. 그리고 국민이 주는 인기를 가져갔다.

공천 막장 드라마가 끝난 후 이젠 선거운동한다고 시끄럽다. 국민의 한숨을 이해하기는커녕 그 소리를 듣지도 못하는 무감각한 정치인들에게 유권자들이 소통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주위에 이번 선거 정말 관심 없다는 사람이 많아 염려된다. 모든 것을 언론이 다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염려를 언론이 조금이라도 해결해주는 선거보도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듣지 않는 정치인을 대신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주고 이를 정치인과 사회에 전달해주는 공감의 커뮤니케이션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특히 언론은 정치과정 속 듣기문화 정착에 선거보도의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

첫 단추는 선거보도에 국민의 목소리를 되도록 많이 담는 것이다. 정치권이 들을지는 나중 문제다. 현재 우리 선거 보도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길 바란다. 국민이 빠진 선거보도에 균형을 맞출 때가 됐다. 미국 전역의 언론기관들과 함께 혁신적인 선거보도 방식을 개발해 온 포인터연구소는 21세기 들어 시민중심 선거보도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특히 시민들이 제시하는 의제의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이들의 목소리를 살피는 일은 선거보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일반 시민의 목소리를 뉴스에 담아내는 것에 인색하다. 정치커뮤니케이션 학자 다이애나 머츠에 따르면 미디어의 중요한 역할은 ‘다수 타인들의 의견과 경험을 전달해주는 것’이라는데, 이러한 주장은 미국 사회에서나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명성이란 뉴스 가치의 보호막 아래 정치인 중심의 선거보도가 지금까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담으라는 학계의 권고는 취재 현장을 모르는 소리쯤으로 여겨지거나 인원 부족으로 정치권 소식을 전하기도 힘들다는 변명하에 외면당한다. 그 가운데 지난 3월 28일 중앙일보 1면에 등장한 ‘보이스 택싱’ 기획물은 신선했다. 택시기사 역할을 한 기자와 일반 시민이 나눈 선거 관련 대화가 톱기사로 다뤄지며 서민의 아픔, 분노, 소망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었다. 문화일보도 지역 현장에서 르포 형식으로 민심을 전할 기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국민의 목소리가 지면을 통해 더 많이 전달되기를 기대해 본다. 선거에 대한 관심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경험을 듣고 공감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언론이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유권자가 들을 만한 정보 제공 역시 듣기문화 진작을 위해 언론이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작년 옥스퍼드대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정확성, 독립성, 불편부당성이 여전히 중요한 선거보도 원칙이라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전문성을 이미 갖춘 언론에 이번 선거에서 이 부분을 또다시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공감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다양성’과 ‘유용성’의 원칙에 더 초점을 맞추기를 부탁한다.

일반 유권자들은 대체로 스스로를 편하게 하는 메시지에 선택적 노출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통해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배타적으로 모이는 일종의 호모필리 현상이 인터넷 미디어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에 노출돼 이견도 들을 만한 정보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언론이 유권자를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 독자와 시청자가 이런 소리를 싫어한다고 일방적인 목소리를 강조하면 다른 아이디어에 노출되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오히려 빼앗아 버리는 것이 된다.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내가 지지할 후보와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도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때 전투적인 프레임으로 진행되는 선거에서도 극단적인 대립과 반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듣고 싶은 유용한 보도는 판단에 도움이 되는 분석적인 검증 보도이다. 정책을 나열하지 말고 차이를 비교해 주고 후보자의 강점과 제약을 정리해 주는 보도가 도움이 된다. 후보자와 정당 당직자의 유세와 동정을 전달하고 선거 전략을 소개하는 정치권 중심의 보도는 이제 정말 피해 주길 바란다. 이는 더 이상 유권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선거 후반 터지는 폭로전을 검증 없이 생중계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유권자에게 인간적 흥미를 자극해야 뉴스가 팔린다는 생각에서 이제 과감히 벗어났으면 한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증폭시키는 데 선정적인 정치를 단순 중계한 언론 역시 한몫을 해 왔다는 비판에 대해 늘 유념할 필요가 있다. 후보자의 제안과 해결방안의 타당성을 진단하는 기사 제작은 시간, 재원상 언론에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헛공약에 지친 유권자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임을 고려해 조금 더 투자해주길 부탁한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언론을 통해 들을 수 있다면 나도 포기하지 않고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언론을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다면 단순하게 정당의 색을 보고 투표하진 않을 것 같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기간 동안 언론은 우리 사회에서 들리는 국민의 ‘한숨’ 소리를 제대로 듣고, 이를 사회에 전달하며, 함께 고민해서 유용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주자. 사회 전반에 팽배한 정치적 무관심과 정치효능감(유권자가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만족감)의 상실을 치유하기 위해 언론은 후보자를 따라다니며 힘을 빼지 말고 조금 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를 부탁한다. 그리고 듣지 않는 정치권을 줄기차게 비판하자. 선거를 정치권의 전략과 게임의 장으로 만드는 데 또다시 동조하며 국민을 내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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