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맹주 자처’ 군비 상위권
유가 하락에 재정 급속 악화
러 5.6% 사우디 3.6% 줄여

시리아 개입 등 수요 많지만
매년 15~20%씩 늘리다 후퇴


지역 안팎에서 맹주 노릇을 하던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에 따른 경제난에 국방비 삭감이라는 최후의 카드마저 꺼내 들었다.

30일 CNN 머니는 러시아와 사우디가 유가 하락으로 인해 가장 생각하기 싫어했던 정책인 국방비 삭감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역내는 물론 세계 각지 상황에 개입하느라, 사우디는 중동 수니파 맹주 노릇을 하느라 국방비 지출액이 가장 많은 국가군에 속했다.

러시아는 군사력을 동원해 크림 반도를 병합한 데 이어 최근에는 시리아 내전에도 개입했다. 이로 인해 서방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사우디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의 경쟁, 시리아 반군 지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등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대외 정책 탓에 러시아와 사우디에서는 국방비 삭감이 오랫동안 금기시됐다.

하지만 저유가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결국 러시아와 사우디 모두 국방비 삭감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러시아의 올해 국방비는 492억 달러(약 56조1126억 원)로 지난해(515억 달러)에 비해 5.6%나 줄었다. 사우디 역시 올해 국방비를 459억 달러로 잡아 지난해(476억 달러)에 비해 3.6% 삭감했다.

시장조사업체 IHS의 크레이그 캐프리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와 사우디의 국방비 삭감은 유가 하락과 밀접하게 관련됐다”면서 “양국이 매년 15~20%씩 국방비를 늘려 왔던 때에 비해 안보에 대한 우려가 훨씬 더 높아졌지만, 더 이상 증액할 재정적 여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군 장비 개선을 위해 국방비 지출을 크게 늘려 왔지만 경제와 재정 악화로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재정 수입의 절반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는 최근 유가 하락에 타격을 입고 있다.

사우디는 저유가에 지난해 사상 최대인 1000억 달러의 재정적자가 발생하면서 올해 재정 지출을 14% 줄이는 등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사우디는 재정 수입의 75%를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사우디의 국방비 삭감으로 예멘과 시리아, 이라크 문제 등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중동 지역 안보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CNN 머니는 지적했다.

한편 올해 국방비 지출이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으로 6171억 달러였고, 중국(1928억 달러), 영국(624억 달러), 인도 (507억 달러), 러시아, 사우디 등의 순이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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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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