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당혹… 언급 피해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일본 및 세계 경제에 대해 회의를 했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사진) 프린스턴대 명예교수가 아베 총리의 비공개 요청 발언을 인터넷에 공개해 일본 정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베 총리는 현재 재정 여력이 많은 국가로 독일을 지목하고 독일이 재정을 확대하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을 물었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1일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일본 도쿄(東京)의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가 참석한 국제금융경제분석회의에 초대됐던 크루그먼 교수는 회의가 끝나고 같은 달 26일 회의 내용을 정리한 의사록을 자신의 SNS 계정인 트위터에 올렸다. 이 의사록은 현재도 그의 트위터 계정에 게시돼 있다.

크루그먼 교수의 의사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 후반부에 그는 세계 경제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서 “각 주요국들이 재정 확대에 협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오프 더 레코드(비공개)’를 요청하며 “재정 유동성 여력은 독일이 가장 큰데, 내가 독일을 방문할 때 독일이 재정을 더욱 확대하도록 설득하고 싶다. 좋은 아이디어가 없겠냐”고 물었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는 “뛰어난 외교는 내 전공 영역 밖에 있다”며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예를 들어 독일에서 난민들을 위한 주택 투자나 교육 분야 투자가 경기 자극이 되지 않겠느냐”며 재차 크루그먼 교수의 조언을 요청했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난민에 대한 지원은 재정에 큰 자극제가 될 정도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날 회의는 오는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의 의제 중 하나인 세계 경제 분야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아베 총리가 독일을 언급한 것은 G7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글로벌 경기 자극을 위해 독일의 재정 확대를 요청하겠다는 복안을 일부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공개된 의사록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1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작성한 것이 아니고, 크루그먼 교수의 메모였다고 생각한다”며 아베 총리의 해당 발언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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