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지심리학자 마이클 코벌리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심리학 교수가 ‘딴생각의 힘’(플루토)에서 소개한 연구 사례입니다. 어떤 연구팀이 언제 진행한 연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결과가 반갑습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집중하라고 요구받고 어른이 되면 딴생각을 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며 죄의식을 느끼는 시대, 모두가 과제에, 일에, 목표에 집중하는 시대에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틈틈이 딴생각을 하며 사는구나, 이런 안도감 때문이랄까요. ‘딴생각의 힘’은 이런 딴생각, ‘멍때림’이 오히려 우리 자신을 만들고,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힘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원제는 ‘원더링 마인드(Wandering Mind)’, 방랑하는 마음, 정신적 방랑 정도인데 출판사는 독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딴생각, ‘멍때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딴생각의 힘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DMN)로 설명합니다. DMN은 우리가 딴생각 중일 때, 당장 해야 할 과제에 집중하지 않고 있을 때 유난히 활성화되는 뇌 부위입니다. 이를 발견하기 전까지 뇌는 어떤 작업에 몰두하거나 집중하고 있을 때 가장 활발할 것이고, 쉬고 있을 때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을 이용해 조사해보니 뇌는 쉬고 있는 동안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어떤 부분은 오히려 더 활성화되고 과제에 집중하고 있을 때보다 쉬고 있을 때 더 넓어졌습니다. 그 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쉬고 있을 때 활성화되는 DMN은 자아 성찰, 자전적 기억, 사회성과 감정의 처리 과정, 창의성을 지원하는 두뇌 회로라고 합니다. 저자는 딴생각, 그러니까 기억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방랑하는 능력 때문에 복잡한 서사도 구성해낼 수 있다고 합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셰익스피어의 희곡, 제인 오스틴의 소설과 탐정 이야기, 우리를 열광케 하는 TV 드라마도 모두 정신의 방랑의 수고로운 결과물인 것이죠.
오늘은 만우절. 웃음으로 긴장을 깨는 날입니다. 긴장된 몸과 마음의 근육을 풀고 시간 낭비라는 자책감도 버리고 머리에도 휴식을 주시죠. 스마트폰도 좀 치우고 말입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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