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개통한 서울반도체의 안산 제 1, 2공장 간 연결통로는 기업 규제(規制)의 현실과 대안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 4위 발광다이오드(LED) 생산 업체인 서울반도체는 2009년 1공장에서 180m 떨어진 곳에 2공장 건설에 착수, 2011년 완공했다. 그런데 두 공장의 연결통로를 확보하려 했으나 공원 부지를 끼고 있어 허가가 나지 않았다. 지척인데도 LED칩을 50분 걸려 1.2㎞ 우회도로로 운반하는 기이한 장면이 계속됐다. 법 개정 없이는 곤란하다던 관료들은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의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이 사례가 보고된 후 시행령 개정이란 해법을 찾아냈다. 연결통로는 운송 시간을 5분 이내로 줄였고, 연간 50억 원 가량의 비용도 절감하게 된다. 서울반도체는 7000억 원 규모 투자와 1800명 신규 고용 약속으로 화답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암덩어리’ 규제 철폐를 독려하는데도 속 시원한 결과는 없다. 공무원들이 규제의 명분 뒤에 숨어 움직이지 않는 탓이다. 공원 보호 등의 규제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개혁 자체가 발상의 전환을 요한다. 기존 문법에 갇혀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서울반도체 사례에서 보듯 불합리한 규제를 풀면 투자·고용이 뒤따르고 지역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대안이 나오면서 서울반도체는 한때 검토했던 공장 해외 이전 계획을 철회했다.

180m 연결통로는 민·관(民官)이 합작한 모처럼의 탈규제 성공작이다. 얽히고설킨 규제 법규에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겹쳐 있더라도 공무원이 끈기를 갖고 매달리면 결국 풀린다. 이번 사례는 역설적으로 별의별 ‘규제 전봇대’에 막혀 있는 경우가 여전히 만연함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 언급이 없었다면 서울반도체는 과연 연결통로를 뚫을 수 있었을 것인가.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사례가 더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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