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내년도 예산편성의 기준이 되는 ‘예산편성 지침’을 발표했다. 이것은 중앙 예산기관에 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제시하는 것으로, 각 사업 부처들이 예산안을 편성할 때 따르기를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이번 지침의 가장 큰 방점은 일자리 창출, 맞춤형 복지 확충, 재정 건전성 확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고려해야 할 가장 두드러진 것은 날로 악화하는 재정 여건이다. 수입은 쉽게 늘어나지 않고 지출은 줄이기 힘드니 국가부채는 상승 가도를 달린 지 오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과 견줘 우리나라의 부채가 아직 낮다느니 하는 말은 증가 속도를 한 번이라도 유심히 들여다본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지출을 되도록 줄임으로써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기획재정부의 방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국가의 재정 지출에 대한 국민의 요구 또한 마땅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특히, 악화하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대되는 정부 역할과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필요한 복지 지출은 불가피한 일이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이 이러한 요소들을 기본 방향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예산편성과 관련, 또 한 가지 큰 어려움은 세수(稅收)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성장, 고령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 등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구조적인 문제임을 암시한다. 더구나 현 정부는 증세는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운 마당이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혹독한 여건 속에서 탄생한 정부의 예산편성 지침은 나름의 고육책이 배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성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무성하다. 각 부처로 하여금 재량지출의 10%를 획일적으로 줄이도록 한 것에 대해, 이명박정부 때에도 같은 시도를 했으나 성과는 미미했다는 비아냥이 벌써 이쪽저쪽에서 들린다. 미래 성장동력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출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장기적이고 꼼꼼한 계획을 바탕으로 설계됐다는 단초는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설사 정부가 예산안을 건전하고 균형있게 잘 편성했다 하더라도 이것이 국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는 또 모르는 일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줄이려 했으나, 정치인들의 지역구 챙기기에 밀려 유야무야됐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아무리 강변해봐야, 재선을 위한 선심성 예산이 이곳저곳에 군더더기처럼 붙어 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엄격한 재정준칙의 도입과 근본적인 재정개혁만이 정도(正道)임을 선진국들이 명백히 보여준다. 지출증가율을 법률로 정하는 극약 처방은 그렇다 치더라도,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법률에 대해 재정 동원 수단을 명시토록 하는 페이고(Pay-Go)나 엄격한 재정사업 평가를 통해 저효율성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특히, 사업성이 떨어지는 복지사업은 신속하고 대폭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부 예산이 철저히 정치적 과정을 거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바람직한 예산을 말하는 것은 국가의 활동은 정부 예산으로 요약되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이 바르게 운영되지 않으면 국가가 잘못된 길로 가게 된다는 말이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