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이런 일도 있네.”
커피를 시키고 난 전윤희가 말했다.
“로또 1등 당첨되었을 때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그보다 낫지.”
이미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는데 외면하고 있다.
“그까짓 몇 십억 떨어진 것보다 우린 금광을 발견한 거야.”
“금광?”
전윤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김광도 회장이 금광이냐?”
“아니, 다이아몬드 광산.”
웃지도 않고 대답한 이미연이 전윤희를 보았다.
“너, 내가 김 회장 유혹해도 돼?”
“하하.”
소리 내어 웃은 전윤희가 종업원이 가져온 커피잔을 들었다.
“또 식탐을 하는군, 체하려고.”
“넌 윤성 씨가 있잖아?”
“헤어질 거야.”
“어라?”
이미연이 눈을 크게 떴다.
“김 회장 때문에?”
“한랜드에 가면 어차피 헤어지게 될 텐데 뭐.”
조금 전 둘은 극단을 한랜드로 옮기는 가계약에 사인을 하고 온 것이다. 그야말로 대박, 하늘에서 금덩이가 뚝 떨어진 것이나 같다. 극단 ‘사람’의 기획자 겸 대표 전윤희와 감독 이미연은 대학 동창으로 10년째 ‘사람’을 공동 운영해왔다. 한랜드의 유라시아그룹은 ‘사람’ 극단과 계약을 한 것이다. 전용극장 설립은 물론 극단원 보수 지급, 아파트 무상 임대, 수익금 배분까지 결정을 했다. 그리고 열흘 후에 한랜드로 떠나게 된 것이다. 극단원 중 한랜드로 떠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호텔에서 전화로 물어봤지만 오히려 더 모일까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그때 이미연이 외면한 채 말했다.
“욕심은, 어제 아침만 해도 윤성 씨하고 결혼한다고 했으면서.”
“결혼이나 할까 보다라고 했지, 꼭 한다고 했냐?”
“말하는 것 좀 봐. 결혼이 식당 가서 음식 골라 먹는 거냐?”
“연극 대사 쓰고 있네.”
“아유, 유치해. 이런 대화 싫어.”
“네가 먼저 말 꺼냈잖아? 난데없이 김 회장 양보하라는 말이 뭐냐? 진짜 유치하게.”
“넌 건중 씨가…….”
“네가 어젯밤에 그 허여멀건 애한테 먼저 갔잖아? 자기가 골라놓고는 남의 떡까지 빼앗으려고 그래?”
“나, 간다.”
이미연이 벌떡 일어서자 전윤희가 눈을 치켜떴다.
“나하고 갈라설 거야?”
“뭐?”
“내가 극단 대표야, 내가 사인했다고.”
말문이 막힌 이미연이 숨만 들이켰을 때 전윤희가 말을 이었다.
“이제 계약했으니까 확실하게 하자. 넌 그런 사고방식 고치지 않으면 나하고 일 못해. 감독은 얼마든지 있다고, 윤상희 시켜도 너만큼은 해.”
“뭐라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이미연의 눈동자가 흔들리다가 곧 어금니를 물었다.
“나쁜 년, 배신자.”
이미연이 몸을 돌려 발을 떼었는데 휘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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