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과 ‘무리’ 없는 재활 단계 밟아…“지금은 90% 이상 회복” 부상으로 한 달 동안 필드를 떠났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슈퍼루키’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전인지는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 다이나 쇼 코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메이저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리디아 고(뉴질랜드)에 이어 공동2위를 차지했다.

우승은 1타차로 놓쳤지만, 전인지는 나흘 내내 선두권을 달리며 최정상급 기량을 선보였다.

한 달 동안 쉰 선수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스윙과 경기 감각은 그대로였다.

필드 복귀가 늦어지면서 제기된 부상 후유증 우려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전인지는 대회를 마친 뒤 “지금은 몸과 경기력 모두 90% 이상 회복됐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전인지가 이렇게 완벽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과감하고 철저한 관리 덕이다. 철저한 부상 관리와 체계적인 복귀 프로그램은 전인지의 스승 박원 코치가 지휘했다.

전인지는 부상 이후 매일 몸 상태를 점검하면서 향후 일정을 조정했다.

허리를 다친 직후 열린 HSBC위민스 챔피언스와 JTBC 파운더스컵 때는 도저히 경기할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기아 클래식 포기는 과감한 결단이었다.

몸이 어느 정도 나은 전인지는 대회에 나가고 싶어했다. “집과 병원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 때문에 의욕이 사라지고 우울했다”고 털어놓을 만큼 전인지는 몸이 근질근질했다. 하지만 박 코치는 말렸다. 몸과 스윙이 완전하게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경기에 나갈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인지는 통증은 거의 사라져 공을 칠 수는 있었지만, 박 코치는 스윙 자세가 무너져 경기에 나가봐야 제 기량을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하위권을 맴돌다 컷 탈락이라도 하면 자신감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어 완전해질 때까지 대회 출전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다. 이런 원칙에 따라 ANA 챔피언십도 상황에 따라 포기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부상 치료에는 침, 뜸, 약물, 그리고 물리치료 등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부상 부위 염증이 가라앉고 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클럽은 손도 못대게 했다.

전인지가 연습장에서 풀 스윙으로 공을 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일부터. 전인지는 22일 미국으로 건너왔다. 날씨가 따뜻한 곳에서 본격적인 스윙 재건에 나섰다. ANA 챔피언십 출전을 염두에 두고 시차와 현지 날씨 등에 미리 적응하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었다.

미국에 건너와서는 뉴로키네틱요법(NKT) 전문가의 마크 스미스 박사의 집중적인 관리를 받았다. 스미스 박사는 매일 1시간 이상 전인지의 몸 상태를 점검해 재활을 도왔다. 전인지가 엄지발가락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은 사실을 알아차리고 원인을 찾아 치료한 것도 스미스 박사였다.

전인지는 ANA 인스퍼레이션 기간에도 라운드를 마치면 스미스 박사의 처방에 따라 재활 치료와 재활 운동을 하루도 빼놓지 않았다.

연습도 조심스럽게 강도를 높여갔다. 퍼팅과 쇼트게임 위주로 연습하다 대회 닷새 전부터 연습장에서 치는 볼을 200개 정도로 늘렸다.

대회에 나서기 전 전인지는 “컨디션은 85%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제보다 오늘이 좋고, 오늘보다 내일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해진 단계에 따라 컨디션을 착착 끌어올리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시였다.

전인지는 연습 라운드와 프로암, 그리고 대회 1∼4라운드를 치르면서 매일 연습장에서 셋업을 점검했다. 박원 코치는 “한 달 동안 쉰 바람에 큰 근육이 기억하던 셋업 자세가 나오지 않더라”면서 “매일 점검하고 잡아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전인지는 1라운드에서 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는 현상을 겪었다. 하지만 라운드 도중에는 굳이 스윙을 고치려 하지 않았다. 라운드가 끝나고 점검을 받고 연습장에서 교정했다.

박 코치는 “드라이버도 절대 힘껏 치지 말도록 했다”면서 “거리를 내려 하면 스윙이 흐트러지기 일쑤고 아직 최상이 아닌 몸에도 무리가 간다”고 말했다.

조급함이나 무리한 처방은 전인지 캠프에서는 ‘금물’이었다.

복귀 프로젝트에서 빼놓지 않은 것은 ‘심리 조절’이었다.

전인지는 “필드를 다시 밟는 것만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자신에게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읽혔다.

올림픽 티켓 경쟁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 5위로 밀린 데 대해서도 “올림픽에는 나 아니라도 훌륭한 선수가 많아서 꼭 나가려고 애쓰지는 않겠다”는 초연한 자세로 일관했다.

특히 허리 부상을 부른 사고를 놓고 감정이 얽힌 동료 선수 장하나(24·비씨카드)와 불편한 관계도 정리했다.

전인지는 대회에 앞서 장하나의 부친과 만난 데 이어 장하나와도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다 지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장하나와 불편한 감정이 경기에 미칠 악영향도 미리 차단한 것이다.

전인지는 프로 선수가 된 이후 카페인과 당분이 든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다.

한 달 동안 공백에도 완벽한 기량을 회복하고 필드에 나선 것은 박원 코치가 ‘조급’과 ‘무리’를 배제한 부활 프로젝트를 지휘한 데다 전인지의 철저한 자기 관리가 밑거름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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