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⑦ 밀려오는 中 영화자본
티엔이, 은오 감독과 ‘가위’계약
화처유니온, 1억 내걸고 작가 발굴
캐피털社, 투자배급사 설립 시도도
한국 네트워크·기획개발 등 활용
할리우드 등 해외시장 진출 목적도
중국 영화사들이 한국 영화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고, 한국에서 큰 상금을 내건 시나리오 공모전을 열었다. 또 직접 한국 내에 투자배급사를 설립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다 한국의 우수한 영화 인력과 인프라를 통해 역량을 키운 후 자국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 영화사 티엔이(天意)는 지난 3월 한국 영화사 아크시네마가 만드는 SF 판타지 로맨스 영화 ‘가위’(가제)의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영화사가 한국 영화에 전액 투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가위’는 미국 뉴욕대(NYU)에서 영화를 전공한 은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100억 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돼 오는 11월 촬영을 시작할 예정인 이 영화는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장애인 가위눌림을 소재로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펼친다. 현재 한류 스타로 꼽히는 톱클래스 배우들을 대상으로 3명의 남자 주인공 캐스팅을 진행 중이다. 아크시네마 대표인 은오 감독은 “SF 판타지물은 한국에서 인기가 낮고, 제작비도 100억 원대라 국내 투자사들로부터 거절당했다”며 “투자처를 찾기 위해 중국으로 가 3월 18일 티엔이와 계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 회장은 문화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은오 감독의 작품을 접한 후 중국과 한국 관객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라는 점, 그리고 독특한 구성과 독창적인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 100% 투자를 결정했다”며 “100% 투자는 단순한 합작이 아니라 그 이상이다. 친구 간의 소통과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성숙하고 강대한 한국 영화 시장에 대해 학습하고, 교류하며 상호 발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한국에서 아무리 많은 영화관을 만든다 해도 중국의 스크린 수를 따라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이익을 나누면서 새로운 ‘융합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엔터테인먼트 그룹 화처(華策)미디어가 지난해 5월 차린 영화사 화처유니온픽쳐스는 지난 1일부터 총 1억 원의 상금을 내걸고 국내에서 시나리오 공모전을 열고 있다. 이에 대해 화처유니온픽쳐스 한국지사 관계자는 “중국 영화사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지사를 차린 것은 우리 회사가 처음인 걸로 알고 있다”며 “실력 있는 한국 작가와 감독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시나리오 공모전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 영화를 직접 제작할 계획은 없고, 중국 내에서 개봉할 극장 영화와 웹 영화, 웹 드라마용 시나리오를 공모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 대형 벤처캐피털 회사가 한국 내에 영화 투자배급사를 차리려고 시도하다 접은 사례도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 기존 투자배급사를 인수하기 위해 접촉하다 여의치 않자 직접 회사 설립을 준비하며 한국 영화인들을 섭외해왔으나 3월 말 이를 포기했다.
이같이 중국 영화사들이 한국 영화 시장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영화 투자배급사 쇼박스에서 중국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정근욱 상무는 “중국의 대형 영화사들은 이미 자국 내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지만 후발 주자들은 경험이 많지 않아 한국의 영화 인력과 인프라를 통해 자리를 잡으려 하고 있다”며 “이는 자국 시장보다 규모가 작은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게 아니라 한국의 영화 네트워크와 기획개발 능력을 활용해 역량을 키운 후 그 힘으로 자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또 할리우드 등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거점으로 한국 영화 시장을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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