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판에서 ‘미생(未生)’이란, 집이 완전히 살아 있지 않은 불안전한 상태를 말한다. 바둑 기사들 간 한 수 집(馬) 싸움에 승패가 판가름나듯 주택 화재도 마찬가지다. 집(家) 살리기와 죽이기는 평소의 소방(消防)안전 의식이 대변하므로, 집이 온전히 살아 있는 완생(完生)이 되기 위해선 스스로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은 가족의 보금자리이자 꿈과 희망을 키우며 평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그래서 방화가 아닌 이상 주택 화재는 가족이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므로 구성원 개개인의 관심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주거용 건물에서 1만876건의 화재가 발생해 183명이 숨졌고, 비주거용 건물에서는 1만5415건이 발생해 61명이 목숨을 잃는 등 주거용 건물에서 사망자 발생이 3배나 높았다. 경제의 발전은 우리 삶에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줬지만, 화재의 위험 요인은 더욱 복잡하고 다양화했으며, 경제적 여건과 사회적 계층에 상관없이 주택 화재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발생함을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매년 주택 화재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은 아파트 고층화 등 주거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대형 화재의 우려는 커지고 있음에도 그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다. 즉, 화재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현재가 결코 안전한 게 아니라, 화재 위험을 인식하고 그것을 계속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는 주택 화재의 위험에 대처하고자 기준과 규정을 마련해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활동이 이뤄지지 않는 탓도 있다. 다수가 함께 사는 주택은 특정인의 노력과 관리만으로는 화재 위험을 완벽하게 방호하지 못한다.
빌라그랑 드레옹 박사는 위험의 3요소를 취약성, 위험대비 부족, 위험요인이라고 했다. 취약성은 다른 위험 요인들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고, 위험대비 부족이란 사회의 대처 능력 결핍을 말하며, 위험요인은 위험과 관련해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 등에 의해 특성화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위험사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여전히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돼 위험요인들에 취약할 뿐 아니라, 대처 능력도 매우 부족하다.
사회에 대한 불안 의식이 높아질수록 혼란은 가중돼 사회 구성원의 안전욕구는 커지게 된다. 이때 정부는 주택화재의 위험 관리 주체가 돼 사회 구성원의 안전 의식을 바탕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대책에 대해서는 상시 점검과 모니터링을 강화해 계속 피드백해야 한다. 가족별·직장별로 구성원들에게 소방안전 교육을 주기별로 반드시 이수토록 하고, 주택과 건축물 등 손해보험 가입 시 소방안전 교육을 이수한 인원만큼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제도 등을 마련한다면 사회의 소방안전 문화는 더욱 건실해질 것이다. 또한, 소방안전 교육의 효율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역할도 필요하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화재를 초기에 발견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면 그 피해는 적지만, 골든타임을 놓치면 대형 화재로 확대된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의 60%가 주택에서 발생하는 만큼 신속하게 불을 끌 수 있는 소화기와 화재를 빨리 발견할 수 있는 감지기를 각 주택에 반드시 갖춰야 한다. 잘 갖춘 소방안전 의식이 화재로부터 우리 가족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신(神)의 한 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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